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꽃 자리,

햇꿈둥지 2023. 1. 30. 05:58

 

#.

말을 타고 달리던 인디언은

잠시 뒤 돌아보며 쉬는 시간을 만든다고 한다.

헐떡이며 쫓아 오는 자신의 영혼을 기다리기 위해,

#.

하루종일 내 뒤를 헐떡이며 쫓아다녔을 영혼을 위해

일찌감치 잠자리를 마련한다.

#.

말도 차도 없이

영혼과 손잡고 도란도란 걷는 일,

#.

자기 문명을 가꾸는 일이다.

#.

발목이 묻힐 만큼의 눈이 내렸다.

봄 꽃 앉을 자리마다

소담한 눈 꽃들,

#.

여전히

꼬 끝 매운 바람인데

마을 반장의 알림이 있었다.

#.

고추 영농 교육이 있으니 참가하라고,

#.

사람의 손으로 고추를 조장하기보다는

고추의 필요에 맞추어 사람이 부지런하면

됐다... 싶구먼,

#.

한 주 뒤의 입춘을 위해

입춘첩을 준비하자고 했지만

꼼지락 조차 귀찮은 날들,

#.

그저

입춘날 절입 시간 각자의 문간에 나앉아

'입춘대길, 건양다경'을 삼창 하면 되지 않을까?

#.

해가 바뀐다고 호들갑 이더니

어느새

서른 날들이 비워져 버렸다. 

#.

호랑이 등에 업혀 가듯

세월의 등에 엎혀 생의 끝으로 가는 것,

#.

저 앞에 있는 봄조차

세월 따라 슬그머니 올 테니

목 빼어 기다릴 것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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