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줄탁 계절,

햇꿈둥지 2023. 2. 14. 05:42

 

#.

책 읽기를 마칠 때면

두 손 모아 공손하게 인사한다.

#.

지은이가 더러는 세상에 계시지 아니하니

사숙(私淑)의 감사함을 이렇게라도 드리고자 함이다.

#.

뭔 버릇인지

책 속에서 책을 고르는 탓으로

책 한 권 읽기에 우르르 매달아 함께 읽는 책들이 번잡하니

아내의 눈에는

그저 집중 없는 놀이로만 보여서

이것도 저것도 온통 지청구,

#.

밤새 하고도 아침까지 눈이 오다가

이내 

비 섞인 바람이 불어서

#.

겨우내 얼음 박힌 몸으로 누워 있던

대지의 수혈,

흙빛이 부쩍 부드럽고도

#.

나무들 꽃 눈이 이르게 포동하니

반가움조차 위태롭다.

#.

꽃 눈이 봄 눈이고

봄 눈이 꽃 눈이다.

#.

제 안에 충일한 기운으로 허공을 더듬고

허공의 사운 거리는 바람이 표피를 두드리니

안팎의  줄탁,

#.

꽃 한 송이로

우주를 연다.

#.

하여

봄은 

늘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생애 처음의 풋 걸음으로 온다.

#.

그러니 또

기꺼이 품 벌려 얼싸안고

덩실 춤이라도 한 판 추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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