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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마칠 때면
두 손 모아 공손하게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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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더러는 세상에 계시지 아니하니
사숙(私淑)의 감사함을 이렇게라도 드리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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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버릇인지
책 속에서 책을 고르는 탓으로
책 한 권 읽기에 우르르 매달아 함께 읽는 책들이 번잡하니
아내의 눈에는
그저 집중 없는 놀이로만 보여서
이것도 저것도 온통 지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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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하고도 아침까지 눈이 오다가
이내
비 섞인 바람이 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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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얼음 박힌 몸으로 누워 있던
대지의 수혈,
흙빛이 부쩍 부드럽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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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꽃 눈이 이르게 포동하니
반가움조차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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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눈이 봄 눈이고
봄 눈이 꽃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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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안에 충일한 기운으로 허공을 더듬고
허공의 사운 거리는 바람이 표피를 두드리니
안팎의 줄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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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 송이로
우주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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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봄은
늘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생애 처음의 풋 걸음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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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또
기꺼이 품 벌려 얼싸안고
덩실 춤이라도 한 판 추어야 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