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불녁나코~

햇꿈둥지 2023. 3. 5. 05:06

 

#.
지난해 첫추위 부터 잠시 쉬기로 했던 걷기 운동은
겨우내 이런저런 핑곗거리로 중무장하여
아직도 춥고
아직도 외롭고
아직도 서러워서
여전히 달팽이처럼 옹크려 있다.

#.
겨울 동안 자주색으로 낮게 엎드려 있던 냉이들이
이젠 제법 눈에 띄니 
입맛 먼저 봄 이다.

#.
깊은 겨울 중에
팔뚝지 걷어 부치고 한번 더 담갔던 동치미가
환장하게 맛있길래
토라진 여인네 눈길처럼 톡 쏘는 국물에 국시를 말아
덜덜 떨어가며 한 그릇 먹은 뒤에

#.
앞동네와 재 넘어 아우를
세트로 불러 놓고는
백 관쯤의 국수를 삶아 소만큼 먹었다.

#.
재 넘어 아우가 여전히 입맛 다시며 하는 소리,
다음엔 우리 집에서 할 테니
동치미 항아리를 내 등에 얹어주쇼

#.
평생에
사람다운 이 하나 만나는게
소원 이었건만, 

#.
아주 오랜만에
재 넘어 대처의 아파트에 사는 어릴 쩍 친구를 만났다.

#.
컵에 물을 따르는 아주 잠깐새에
그의 손이 가늘게 떠는 걸 보았다.

#.
어느 단체에서 주관하는 치매안심센터가 있어
늙은 회원 일동 걷기에 매진한다는데
하루 걸음량에 따라 등위를 정 함으로써
어느 부지런한 이는 새벽부터 하루에 3만보를 넘게 걸어 1등을 했으므로
자기도 걷는 량을 늘릴 계획이라는 얘기와 얘기들,

#.
치매안심의 방식이
치매 오기 전에
늙은사람들을 지쳐 죽게 할 작정이 아니고서야···

#.
두루 만나고 익히되
어리석지 말아야 할 일,

#.
오랜만의 점심 자리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중에도
반 넘어 지청구,

#.
그래도 어쨌거나
不亦樂乎 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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