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허둥지둥 봄 준비,

햇꿈둥지 2023. 2. 10. 05:30

 

#.

산꼬댕이 햇살이

홀아비 양지에 쪼그려 앉아 이 잡기 딱 좋을 만큼

나긋나긋 늘어진 한 낮,

#.

봄 보다 먼저

거름 포대가 올라왔다.

#.

하여 또

자발적 농사가 아닌

등 떠밀린 농사가 될 것,

#. 

팔삭둥이 2월 이거니

입춘이 있고 우수가 들어 있는데

하늘은 다시 60% 확률의 눈을 예고하고 있었다.

#. 

대략

마스크를 해제한다고 하였으므로

이를 기념하여

정우 손 잡고 목욕탕엘 가서는

그 고사리 손에 등을 맡기는 황홀함,

#.

평생에 딱 한번 뿐 이라도

그저 황송하고 황홀한 일,

이 무슨 복인지···

#. 

마을 안에 또래들 모임을 만든 지 십여 년

처음으로 두 부부가 신입하였다.

#. 

늙어가는 나이에 선택한 시골살이

질박한 정서에 마음 다치는 일 없었으면,

#.

겨우내 덮어 두었던 

서예를 다시 시작한다.

동안거의 해제,

#.

'書'는 '如'라는 말씀을

'그 사람과 같다'라고 알아 들었으니

붓을 들기 전

마음부터 다스릴 일이다.

#.

지난해 농사의 잔재들이 겨우내 푸석하게 말라 있는

비닐하우스며 밭을 정리하고

거름도 올려 공손하게 펼쳐야 하는 일이거늘

밭에 올라 하는 짓이

겨우

냉이 찾기

나물 찾기 뿐이니

#.

결국 또

날라리 건달 농사가 될 것,

#.

그렇거니

어쨌든

다시

봄을 만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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