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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꼬댕이 햇살이
홀아비 양지에 쪼그려 앉아 이 잡기 딱 좋을 만큼
나긋나긋 늘어진 한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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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보다 먼저
거름 포대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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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또
자발적 농사가 아닌
등 떠밀린 농사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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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삭둥이 2월 이거니
입춘이 있고 우수가 들어 있는데
하늘은 다시 60% 확률의 눈을 예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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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마스크를 해제한다고 하였으므로
이를 기념하여
정우 손 잡고 목욕탕엘 가서는
그 고사리 손에 등을 맡기는 황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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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딱 한번 뿐 이라도
그저 황송하고 황홀한 일,
이 무슨 복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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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에 또래들 모임을 만든 지 십여 년
처음으로 두 부부가 신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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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나이에 선택한 시골살이
질박한 정서에 마음 다치는 일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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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덮어 두었던
서예를 다시 시작한다.
동안거의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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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는 '如'라는 말씀을
'그 사람과 같다'라고 알아 들었으니
붓을 들기 전
마음부터 다스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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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농사의 잔재들이 겨우내 푸석하게 말라 있는
비닐하우스며 밭을 정리하고
거름도 올려 공손하게 펼쳐야 하는 일이거늘
밭에 올라 하는 짓이
겨우
냉이 찾기
나물 찾기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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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날라리 건달 농사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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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거니
어쨌든
다시
봄을 만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