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황사 주의보

햇꿈둥지 2006. 4. 10. 10:27

"가급적 이면 실외 활동을 자제 하시고 부득이 하게 외출을 하실 경우에는 마스크 등을 착용 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기관지가 약하신 분들은 각별히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티븨에선 어제부터 황사 주의보를 발령 했고

가급쩍

될 수 있는 한 밖에를 나가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절기 따라 때 맞추어 해내야 하는 농사일,

 

황사 주의보가 아닌 횡사(橫死)주의보가 내려도

감자 심고 옥수수 심어야 하는 일...

 

흐린 물속에 등굽은 물고기 처럼

짙은 황사 속에 등굽은 아낙들의 모습이 마을 곳곳에서 보인다

 

 

순기 형님 마당에 내동댕이 쳐진 퇴비 100여포를 실어 올리고 한숨 돌릴 쯤

저녘 무렵에 찾아 오신 토마스,별꽃님 덕분에 조촐한 술자리가 벌어졌다

먼 도시에서 옮겨진 물 오징어 한마리

비록 죽어서라도

위치를 잘 선택 당한 덕분에 산(山)오징어가 되어 주안상에 올랐다

 

 

올 봄 처음으로 야외 주안상이 마련되고

고기 굽자고 불 피운 자리

저 쬐끄만 통안의 숯불로 익혀진 돼지들을 어림 계산해 봐도 열마리 가량은 되지 않을까?...

 

 

너른 밭을 겨우내 유기한 덕분에 계절별로 나뉘어야 할 일들이 이일 저일 바쁜 이 봄에 떼일이 되고 만다

한포대에 20키로그램이라는 이노무 퇴비는 나르는 횟수가 더해 질 수록 무게도 곱절로 작용한다

 

겨우내 산속 바람 끝을 잡고 늘어져 징 징 울어대던 고춧대를 뽑는데 제초제도 농약도 치지 않은데다가 변변한 비료조차 치지 않고 제멋대로 키웠으니 땅속 깊이 파고 들은 뿌리 때문에 저항이 만만치 않다

 

집 지을 때 기억이 선연히 살아 난다

못은 박을 때 보다

뽑을 때 열곱의 힘이 들던...기억...

 

고춧대며 고추 말뚝 까지...

몸 어느곳이 아픈지 짚어 볼 겨를 없이 일에 매달려 토요일 일요일 길고 긴 봄날의 이틀이 연소되고 있다

 

 

이 와중에 쉬는 짬이 되면 진드감치 퍼져 쉬면 좋을 것을

앉은 자리에서 눈에 띄는 이일 저일을 새참의 팁으로 해치우고 만다

 

내 버려 두어도 그만일 마당 끝 돌 위에

균형미라고는 젬병인 돌탑을 쌓고...

 

 

봄볕의 갈증을 달래기에는 한잔 막걸리면 그만,

목젖까지 치밀어 오르던 힘겨움이 우윳빛 막걸리 한잔으로 온순하게 갈아 앉고 마는 이 맛,

 

막걸리가 술 이외로 갖는 또 다른 가치이며

농주라는 이름에 걸맞는 기능 이기도 하다

 

 

봄맞이를 사람만 해서는 안될 일,

그동안 산목련 꽃그늘 아래서 오뉴월 개팔자를 구가하던 장군이 녀석의 집을 옮겨 주었다

 

늙은 몸에 아랑곳 없이 봄 날 새색시 삼으라고 키워 온 꽃순이와 합방을 유도하기 위함도 있고...

 

 

긴 겨울 동안 마당 가에 방치 되었던 소먹이 통을 마당 끝에 자리 잡아 놓았다

어떤 꽃을 심어야 할지는 조금 더 상의하고 고민해야 할 일,

 

 

이틀 휴일의 시간에 내가 빈둥 거리면

때 맞추어야 하는 일들의 모두가 아내의 어깨에 얹히고 말테니

힘이 들거나 말거나 서둘어야 하는 시골 일들...

 

이년 전에 사들인 관리기는 그 다음 해 비닐 피복 작업을 마친 후 겨울 동안 비닐하우스 속에 처 박아 두었더니 시동이 걸리지 않음은 물론,

커다란 쇠바퀴의 볼트 홈이 망가지는 통에 어찌 알량한 실력으로 고쳐 보겠노라고 바퀴를 몽땅 떼어 놓고는 고치는 일도 원래대로의 조립도 불가하여

몰골이 꼭

다리 몽땅 떨어진 메뚜기 몰골 이더니

신림의 농기계 수리센터에서는 고치는데 한달이 걸린 다더라

 

아무리 생각해 봐도 관리기는 관리를 잘 해야 되기 때문에 관리기 라고 이름 붙인게 분명해 보인다

 

하는 수 없이 여주의 후배녀석을 공갈 반, 협박 반으로 다그친 결과 다음 주 중으로 수리가 될듯하니

이번 일요일에는 폼 잡고 밭을 갈 수도 있겠다

 

 

가죽 장갑을 끼고 했음에도

허리,어깨,팔목...

심지어는 손가락 관절 모두가 어긋나 버린듯한 통증,

 

가죽 장갑을 끼어도 손바닥에 물집이 잡힌다는 의외의 사실을 경험한

 

소토골의

봄...

 

저 남녘부터 흐드러진 꽃이 피고 있다는데

산 중의 날들은 짙은 황사보다 곱절은 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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