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톱 줄이 끊어졌는데 도대체 인구 삼십만 넘은게 자랑거리인 이놈의 도시에서는 구 할 방법이 없으니 퇴근길에 좀 구해 달라는 종구씨 전화였다.
엔진톱 부품 중에 "로프 드럼"이란 놈이 있어 엔진 시동을 걸때 힘껏 당기면 부르릉 시동을 걸어 준 뒤에 스스로 다시 감겨야 하는 놈인데 이게 말을 듣지 않는다는 거였다. 이거 확실히 골 아픈 문제이긴 하다. 내게도 이런 일이 생겨서 문딩이 한밤중에 애 낳아 주무르듯 더듬 더듬 어설프게 손질을 했더니만 시동은 걸리는데 다시 제자리로 쫀쫀하게 감겨야 할 놈의 줄이 햇볕바라기 하는 오뉴월 뱀 처럼 추욱~ 늘어져 일을 방해 하기 일쑤라...
세상은 내게 단 하루도 헤프지 않았건만 나 혼자 철딱서니 없이 늘어지고 헤픈 날들을 살았거니 지금 이라도 이빨을 앙다물고 어디 한번...용을 써 보아도 쫀쫀하게 푸르렀던 날의 근육질들은 이제 늘어지고 망가져서 고장난 엔진톱 줄 처럼 노다지 늘어지고 마니 까짓거 몇날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남은 날들 세어 볼 것도 없이
그냥 여전히 헤벌렁 늘어진 끝자락 마다 그대 가슴이나 한자락 칭칭 동여 매어 살다가 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