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새볔 꿈 조각들

햇꿈둥지 2009. 2. 19. 08:36

 

 

 

 

#.

흐린 불빛 아래 닭도리탕을 안주로 술 한병을 비울 무렵 전화가 왔다

제대를 한달여 앞 둔  늙다리 군발이가 면회를 오란다

이유인 즉슨 제대 하기 전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 위로 겸 제 턱이 아닌 내 턱을 빌어

한판 껄쩍지근하게 쏘겠다는 거다

 

우끼는 넘,

나도 저 처럼 국방부 소속인 줄 안다니까...

 

#.

내구년한 경과에 의한 자연 발생적인 문제인지

아침에 세수를 하다가

뜨끔~

등짝 한 복판에 담이 들었는데

바로 누워도

모로 누워도

엎어져 봐도

도대체 못된 녀석 뱃속 발길질 처럼 밖으로 솟구치는 통증 때문에

자다가 깨다가

자다가 앓다가...

 

#.

고운 치맛자락을 봄볕 처럼 끌거나

싸락눈 내리는 소리로 소근 거리기도 하던 누이와

누구였지?

꿈 속에서 조차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낯익은 사람들이 조연처럼 나타나기도 하다가

뒷산 멧돼지에 쫓기기도 하다가

그 놈을 막아 주겠다고

마을 해식이가 던진 창이 내 등에 꽂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보니

창에 찔린 아픔보다 더한 그 자리의 담결림...  

 

#.

그니였다

 

윤기나는 오뉴월 햇살 같은 머리에 가르마 단정하고

옷고름 치렁하고도 아주 엷게 웃으신 얼굴

 

이렇게 뵙기도 쉽지 않은데

기왕 오신 김에

막내놈 담 붙은 등짝이라두 좀 어루만져 주시잖구...

 

#.

툴 툴~

꿈 조각과 선잠 부스러기들을 털어내며 뜨락엘 내려서니

달빛 조각인지

별빛 조각인지

 

마당 가득

시린 서리만 가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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