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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불빛 아래 닭도리탕을 안주로 술 한병을 비울 무렵 전화가 왔다
제대를 한달여 앞 둔 늙다리 군발이가 면회를 오란다
이유인 즉슨 제대 하기 전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 위로 겸 제 턱이 아닌 내 턱을 빌어
한판 껄쩍지근하게 쏘겠다는 거다
우끼는 넘,
나도 저 처럼 국방부 소속인 줄 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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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년한 경과에 의한 자연 발생적인 문제인지
아침에 세수를 하다가
뜨끔~
등짝 한 복판에 담이 들었는데
바로 누워도
모로 누워도
엎어져 봐도
도대체 못된 녀석 뱃속 발길질 처럼 밖으로 솟구치는 통증 때문에
자다가 깨다가
자다가 앓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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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치맛자락을 봄볕 처럼 끌거나
싸락눈 내리는 소리로 소근 거리기도 하던 누이와
누구였지?
꿈 속에서 조차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낯익은 사람들이 조연처럼 나타나기도 하다가
뒷산 멧돼지에 쫓기기도 하다가
그 놈을 막아 주겠다고
마을 해식이가 던진 창이 내 등에 꽂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보니
창에 찔린 아픔보다 더한 그 자리의 담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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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였다
윤기나는 오뉴월 햇살 같은 머리에 가르마 단정하고
옷고름 치렁하고도 아주 엷게 웃으신 얼굴
이렇게 뵙기도 쉽지 않은데
기왕 오신 김에
막내놈 담 붙은 등짝이라두 좀 어루만져 주시잖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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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 툴~
꿈 조각과 선잠 부스러기들을 털어내며 뜨락엘 내려서니
달빛 조각인지
별빛 조각인지
마당 가득
시린 서리만 가득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