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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 파도소리 처럼 들리던 바람은
여린 별빛을 모아 야무진 고드름을 추녀 끝마다 매달아 놓았다
겨울의 길이로 가늠되는 잣대 이거나
추위의 정도로 작용하는 수은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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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언제든지 눈을 뿌릴 자세로 변화무쌍한 모습 이었고
나흘의 연휴 동안
변덕스런 눈을 뿌림 으로써
툭 하면 눈을 쓸어야 했다
까짓거
봄 맞이 준비 운동쯤 이라고...아무리 스스로를 위로해 봐도
힘들다
관리기 앞에 제설 삽날을 달아 볼까? 궁리 중인 뒤에서
아내는 이랬다
"그 까짓거 몇번이나 치운다고..."
도대체 마당쇠의 노고에는 아무 관심 없는 우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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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의 문제는
사람에게만 적용 되는 상황 이었을까
뜨락 눈 밭 위에
지난 가을에 거두지 못한 초록 이었는지
아님
서둔 탓에 겨울을 앞선 초록인지
회양목 어린 순이 눈 틈새를 비집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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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의 게으름으로 손질해 거두지 못한 꽃들이
선 채로 낙숫물에 젖고도 꽁 꽁 얼어 버려서
투명한 얼음 속에 갇힌
이미 떠나 보낸 계절조차
투명하게 빛나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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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 있는 건
지난 가을의 낙엽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눈 한번 쓸지 않은 기록적인 겨울이 될지도 모른다는 바보의 예견을 뒤엎듯
겹겹의 눈이 쌓이고
모 처럼 햇빛 넉넉한 날 조차 하릴없는 시간이 되고 말아서
만나진 사람 보다
기억 깊숙이에 채곡히 접혀진 채 손 잡을 수 없는 사람들
그리하여
배 부름 보다
가슴 시림에 얹힌 마음 멀미가 더 심 했던 명절의 긴 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