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설날, 그리고 여전히 겨울

햇꿈둥지 2009. 1. 27. 14:32

 

 

 #.

밤 새 파도소리 처럼 들리던 바람은

여린 별빛을 모아 야무진 고드름을 추녀 끝마다 매달아 놓았다

 

겨울의 길이로 가늠되는 잣대 이거나

추위의 정도로 작용하는 수은주 같은

 

 

#.

하늘은 언제든지 눈을 뿌릴 자세로 변화무쌍한 모습 이었고

나흘의 연휴 동안

변덕스런 눈을 뿌림 으로써 

툭 하면 눈을 쓸어야 했다

 

까짓거

봄 맞이 준비 운동쯤 이라고...아무리 스스로를 위로해 봐도

힘들다

 

관리기 앞에 제설 삽날을 달아 볼까? 궁리 중인 뒤에서

아내는 이랬다

 

"그 까짓거 몇번이나 치운다고..."

 

도대체 마당쇠의 노고에는 아무 관심 없는 우아함(?)  

 

 

 

#.

추위의 문제는

사람에게만 적용 되는 상황 이었을까 

뜨락 눈 밭 위에

지난 가을에 거두지 못한 초록 이었는지

아님

서둔 탓에 겨울을 앞선 초록인지

회양목 어린 순이 눈 틈새를 비집고 일어섰다

 

 

#.

지난 가을의 게으름으로 손질해 거두지 못한 꽃들이

선 채로 낙숫물에 젖고도 꽁 꽁 얼어 버려서

투명한 얼음 속에 갇힌

이미 떠나 보낸 계절조차

투명하게 빛나던 오후

 

 

#.

쌓여 있는 건

지난 가을의 낙엽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눈 한번 쓸지 않은 기록적인 겨울이 될지도 모른다는 바보의 예견을 뒤엎듯

겹겹의 눈이 쌓이고

모 처럼 햇빛 넉넉한 날 조차 하릴없는 시간이 되고 말아서

 

만나진 사람 보다

기억 깊숙이에 채곡히 접혀진 채 손 잡을 수 없는 사람들

그리하여

배 부름 보다

가슴 시림에 얹힌 마음 멀미가 더 심 했던 명절의 긴 휴일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굽이의 미학  (0) 2009.02.15
입춘 새볔  (0) 2009.02.06
눈 폭탄  (0) 2009.01.18
겨울 기억들  (0) 2009.01.14
용을 쓴다  (0) 2009.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