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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점을 알고 있는 일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 줄 아는 일 보다
가치 우위가 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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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마다
먹방이 넘쳐나서
그야말로 입 미어지게 먹어대는
국적 불명
소재 불명
과정 불명의 온갖 먹을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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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법 대신
화려한 사진의 음식점 목록을 찾아
클릭 한방이면 입 앞에 당도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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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주거 공간에서 주방의 기능은
조리가 아닌
개수 기능만을 떠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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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가난한 밥상 이거니 불문율이 있었다
한 음식만 여러 차례 먹지 않기
수저가 그릇을 긁는 소리를 내지 않기
음식을 먹는 소리 내지 않기
입 안의 음식이 보이지 않도록 먹기
하여
거친 음식이지만 품위 있게 먹기
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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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곧 배고픔이었던 시절
어머니께서 자주 일러 주시던 말씀,
"먹는 게 하도 귀해 탐하면 추해 보이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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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문율과 말씀을
이 나이 되도록 끌어안은 채
귀신 젯밥 먹듯 살아왔는데
이런 내 방식은
세상이 패대기쳐 버린지 이미 오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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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들여 사는 산꼬댕이 마을 주변으로 까지
이런저런 음식점이 넘쳐나는 것은
집안 조리를 포기한 결과 일 뿐,
맛도
원료의 품질도 알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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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를 배달하러 온 총각이 말했다
"요즘은 가정용 가스 배달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집에서 음식을 하면 촌스럽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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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난 여전히 고집하기를
집안의 가스레인지에 불 붙이는 시간이 길수록
그나마 가족의 건강을 확보 할 수 있는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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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아내와 나는 여전히
촌스러운 사람이 되기로 작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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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으로 찾아 다니는 특별한 음식은
이미
내 집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