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비 탓이다.

햇꿈둥지 2024. 7. 18. 03:56

 

#.
앞 차의 번호판이 흐리게 보였으므로
앵경점을 찾아가 렌즈를 바꿨다.

#.
조금 더 비싼 렌즈로 할걸 그랬나?
여전히 안 보이길래 안과엘 갔더니
백내장 수술 날짜를 정해 버렸다.

#.
말도 하기 싫고
누굴 만나기도 싫고
책도 글도 다 심드렁한데
밥만 먹으면 배가 살 살 아픈 증세,

#. 
초로의 내과 의사는 즤 맘대로 
진경제와 위염치료제에 얹어
자율신경조절제를 섞은 처방과 함께
'초기 우울증'이라고 결론 지었다.

#.
남의 몸뚱이라고
이것저것들이 온통 함부로다

#.
허긴 최근 뉴스 중에
성실하고 푸르던 아홉 생명의 삶이
뚝 끊어지듯이 길바닥에서 증발해 버리는 일과 
일가족 자살 소식과
이런저런 세상의 소식들이
나를 
우울하게 하긴 했었다.

#.
이딴 걸
신경조절제 한알로 다스리겠다는 우리 의사 샘은
참 나이브하다.

#.
그날 저녁
재 너머 소도시의 작은 공간에서는
예쁜 소프라노 성악가가 폭포수 같은 성량으로
푸치니의 나비부인과 요정빌리를 노래했으므로

#.
고단했던 일상의 짐을 내려놓은 채
꿈속 같은 잠시를 몽유했었다.

#.
어쨌든 우울하지 말아야 한다는데
여전히 징검 걸음으로 내리는
이노무 
비,

#.
장마 그치고 햇볕 쨍한 날이 되면은
푸른 그늘 아래 7월의 바람과 무릎을 맞댄 채
히히덕~ 수다를 떨어
남은 여름날을 탕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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