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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넘어 더북했던 머리를
흐르는 샘물로 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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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하고 거울 앞에 서서
말끔하고 낯 선 이와 인사했다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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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시간이
일곱번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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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30의 입지도
60의 이순도
모두 불영(不盈)한 채
넋없이 세월 따라 흐르기만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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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
또한
그저 책 속의 글 한 줄 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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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곳
옹골지게 채워진 곳이 없으니
오늘까지
그저 허방걸음을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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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조차 민망하여
홀로 바람처럼
남도의 낯 선 길들을 둘러보려 했으나
이도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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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향 하나 피워 놓고
남은 시간들이
조금 더 진정한 시간들이 되도록
가만히
끌어 안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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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처럼
이르게 나뭇잎이 떨어지는 새벽 숲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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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내 발로 걸을 수 있는 앞길이 있고
내일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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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모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