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장마 유영

햇꿈둥지 2006. 7. 30. 09:35

 

 

 

 

칠월 한달을 질척하게 내리며

온 산과 들에 상채기를 내던 비는 이제 앵꼬가 났나 보다

 

처마끝 낙숫물 소리를 들으며 불안한 노루 잠을 이어 가다 보니

창 밖의 앞산이 산 안개 속에서 숨박꼭질을 하고 있다

 

농 익은 칠월은

여름의 사타구니에 틀어박혀

이제 너른 잎새만큼의 그늘을 거느리게 될 것이다

 

점심꺼리를 준비 한다고 내려 간 시골 마트에서는

한참동안 줄을 선 뒤에야 몇가지 물건들을 살 수 있었다

원색의 알록달록한 입성을 갖춰 입은 외지 사람들이 두서 없는 피서 물품을 준비하고 있었고

푸줏간의 젊은 주인은 삼겹살을 썰어대느라고 바쁘다

8월 한달동안

주변의 계곡들은 또 한바탕 삼겹살 화려강산을 연출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내리고도 아쉬움이 남은건지

새볔 뜨락에는 안개 같은 는개를 뿌리고 있었다

한달 동안의 인색한 햇살을 모아

작은 씨앗 속 부터 간직해 온 제 색과 제 모양으로 피어 난 꽃들

 

이제 뽀송한 손 놀림으로

제멋대로 헝클어진 초록 잎이며 가지들을 다듬어 주어야 겠다

 

칠월의 마지막 날,

회색 하늘은 아직도 치악의 중턱에 무거운 몸을 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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