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소토골 점령 당하다

햇꿈둥지 2006. 8. 2. 08:29

 

 

 

 

장마 끝나자 마자 살가죽 벗겨지게 뙤약볕 내리 비취더니

드뎌

예상대로

점령군이 몰아 닥치기 시작했다

 

막내 처제가 제일 먼저 몰려 왔다

천방지축의 두녀석 손잡고

친정집 빚 받으러 오는 자세로 들이 닥쳤다

 

뒤이어

쌍둥이를 품에 안은 조카녀석도 들이 닥쳤다

 

바람 불때 연 날린다고...

이 틈새에 딸녀석은 친구들을 몰고 들이 닥쳤다

 

이 바람에 나는

마당에 풀 뽑아야지

그늘에 탁자 놓아두고 청소 해야지

아이들 물놀이 하라고 큰 물통 준비하고 물 받아 놓아야지

장 봐 와야지...

 

나?

아직 휴가 계획은 정하지도 못한 채 정신을 수습 할 새도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일은

서울의 아랫 동서 가족들이

뒤 이어서는 조카 사위가 즈이 친구들을 몰고서...들이 닥칠 계획 이란다

 

이외에도 복병처럼 숨어 있는 이 사람 저사람...들 까지를 헤아리면...

조졌다...

 

현실적으로 이민을 검토 하거나

처가 쪽으로는 아무 연고도 없는 혈혈단신의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할려나 보다

 

 

테레비에서 연일 열대야...라고 입방정을 떨어서 인지

이들의 소토골 입성 제일 소감은

 

"엄청나게 시원해서 살맛 난다..."이다

 

"살맛이 난다?"

 

열대야가 지속 되면 몽땅 식인종이 되는 것 일까?  무신 살 맛?

 

마누래는 이제 벙긋 벙긋 웃기도 하고

옹알이 까지 하는 쌍둥이 둘을 껴 안고 살 맛 나는 표정이다

 

이 두녀석은 어찌나 포동 해 졌는지

몸 자란건 지난번의 두배에 목소리는 열배쯤 되어서 한번 울기 시작하면 민방위 훈련 하는 날 사이렌 탑 아래 서 있는 것과 같을 지경에다가

어찌나 포동 포동 동글 동글한지

두 녀석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 총체적으로 그저 동그라미 두개를 보는 느낌이다 

 

그 동안 주로 내 공간, 아니 정확 하게는 아내와 나만이 점유 했던 주된 내 집의 공간들은 한순간에 무너져서

이들이 먼저 앉은 곳과 먼저 누운 곳을 피해 밀리고 밀리다 보니

어젯 밤엔 저~어~ 구석진 방에 옹크려 자야 했다

앞으로의 문제를 예견 할 수는 없지만 화장실에서 자지 않아도 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쨌든

8월도 이제 시작이고

휴가도 이제 시작이다

 

스스로

몸조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겨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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