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온통 개판

햇꿈둥지 2006. 8. 4. 10:21

그들의 시나리오대로

서울의 손아래 동서 부부가 도착하고

조카 사위가 도착했다

 

내 집 공간의 점유 문제는 이제 따질 겨를도 없다

 

고기를 굽되 하이퀄리티하고 럭셔리하게 해야 한다는 주문에 의해

번개탄 대신 참숯불을 피워야 했다...그것도 번개 같이...

해 떨어지기 바쁘게

아내는 저녘 준비에 진땀을 흘려야 했고

나는 마당가에서 야외 식탁을 준비하고 야외 등을 설치 하느라고 비짓 땀을 흘려야 했다

 

호박잎을 뜯고

호박을 따고

고추를 따고

상추를 뜯고

그리고

이걸 모두 깨끗하게 씻어 검사 과정을 통과 해야만 하는 농사철마당쇠와 산 속 암자의 불목하니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아침 인터넽 뉴스를 보니까 [현대판 노예]라는 제하의 가슴 아픈 사연이 올라 있었다

내 처지와 너무 흡사한 것 같아 눈물이 핑~ 돌 지경 이었다

 

고추밭 위의 옥수수 밭은 이미 추수가 끝 나 있었다

그 추수를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인 것이 분명한데 올해도 작년에 이어 심은 건 사람이지만 거둔 건 멧돼지들 이다

낙심하지 말자

그리하여 내년에도 또 옥수수를 심되

옥수수에다가 농약이나 제초제 대신 피임약을 잔뜩 쳐발라 이누무 멧돼지 쉐이덜의 씨를 말려야겠다

 

어쨌든 강원도 옥수구에 침 흘리며 도착한 손님 여러분께는 죄송하고 면목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오늘은 금요일 이다

이틀의 주말 휴일이 시작되고

누군가가 또 들이 닥칠 것이고

 

나는 또 마당쇠가 되어 이틀의 악전고투를 견뎌 내야 할 것이다

 

마당가에 텐트나 하나 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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