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병실을 나온 시간이 오후 여섯시,
광주를 지나 곤지암을 통과 할 무렵엔 소머리 국밥 한그릇이 간절하도록 시장끼가 몰려 오고 있었다
그러나 집을 비워 둔 시간이 벌써 이틀,
밥 없는 배고픔 보다도 더운 날씨에 물이 떨어졌을 다섯마리의 강아지들 때문에 마음이 급하다
집에 당도한 시간이 아홉시가 멀지 않은 시간 이었다
이틀 동안 비웠던 집안에는 찜통의 한여름 열기만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문을 열어 환기하고 집 밖의 강아지들을 대충 둘러 보고
저녘을 지어 반주를 몇잔 곁들여 먹고는 잠자리에 들었는데
등 뒤 어깨쪽으로 모기가 무는듯한 따끔함...
손사래를 쳐서 쫓아내고는 화장실을 다녀 오려고 일어 섰는데
어라?~
맥박이 요동을 치기 시작하고
호흡이 무거워지고
현기증이 일기 시작한다
시간은 자정 무렵,
집안엔 지금 나 외에는 아무도 없다
아니 주변 어디에도 도움을 청 할 방법이 없다
침착 해지기로 하자
우선 119에 전화해서 위치와 상황을 알려주고 도움을 요청했다
다음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신용 카드와 신분증을 챙겨 넣고
에피네프린 주사액을 찾아 주사기와 앰플을 찾았는데
앰플의 꼭지를 자를 수 없을 만큼 심하게 손이 떨리고 있었다
문제는
의식을 잃기 전 까지 스스로 응급처치를 끝내고 119구급대를 만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앰플을 꺾어 주사기를 채우고 허벅지에 찔러 넣었다
이제
산 속에 뚝 떨어져 있는 이 집을 구급대가 찾기 위해 소모되는 시간을 막아야 한다
급히 차의 시동을 걸어 길가까지 스스로 이동해야 한다
짧은 시간 이지만
이동 중에 의식을 잃어 차를 빠트리거나 교통사고를 낼 경우가 가장 치명적인 상황,
겨우 겨우 마을 입구에 차를 세워 놓고 구급대를 만났다
에피네프린을 주사 했음에도 불구하고 맥박은 아직도 분당 100회가 넘는 빈맥 상태,
혈압을 체크하고 마스크를 통해 산소를 공급 받았다
빈맥과 함께 단속적으로 부정맥 증상이 느껴진다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가족들의 이름을 차례대로 생각해 내거나
숫자를 세거나
오늘 한 일들을 생각해 내거나...
그러나 소용 없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응급실 이었고
문진이 시작 되었고
동맥채혈을 하는지 손목이 끊어질듯 아팠고
링거액이 꽂혀 있었고
그리고 심한 갈증이 느껴졌었고
사위가 뽀얀 백화 형태로 보이고 있었다
어쨌든 다시 깨어났다
스스로 한 응급처치 내용을 들은 젊은 의사가
"의사냐?" 고 묻는 말에는
"독립운동을 한 일은 없다"고 대답해 버렸다
벌써 두번째,
시골살이 무서움으로 보다는 오기가 생긴다
시골이 좋아 스스로 선택한 문제이니
이 정도의 문제를 태산의 짐으로 짊어지기 보다는
그저 적당히 치러야 할 댓가로 생각은 하지만...
어젯 밤...
뒤지게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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