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질의 계절 이었다
바람만 무성했던 들판은
무채색 그림자 하나만을 끌어 안아서
산등을 휘어 넘는 바람의 색깔조차 갈색,
산새 소리도 바삭하게 건조하다
봄 햇살 퍼진 뒤에나 제 키만큼 신장 하려는지
작고 옹크린 모습들
날 세운 바람 소리 하나가
이 계절 유일한 언어로 사용되고 있었다
햇살의 길이만큼 제 싹을 틔울뿐인 이 산속에서
물 처럼
바람 처럼
그저 흐를 뿐
오직 사람의 봄,
새들은
봄을 기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