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불쑥 가을,

햇꿈둥지 2024. 9. 5. 03:33

 

#.
양쪽 눈을 모두 건드려 놓은 채
젊은 의사는
2주간,
세수 금지의 교지를 내렸다.

#.
근시에서 원시로
홀라당 뒤바뀐 눈의 상태,

#.
눈을
뒤집어 놓았나?

#.
안과와 치과를 번갈아 다닌 탓에
안과에 가서는 이가 아프다고 하고
치과에 가서는 눈이 아프다고 하는
치매적 상황,

#.
덥고 길어진 여름을 두고
모두들 기후 위기를 말했으나
더위 때문에
두 번, 세 번 씨앗을 뿌리면서
누구도
밥상 위기를 말하지는 않았다.

#.
9월이 되던 날부터
산골의 새벽은 소슬하게 추웠다.

#. 
허공에
박제된 여름,

#.
음울한 기억의 골짜기에
지독히 더웠던 여름의 위패 하나를 세웠다.

#.
그렇게
가을맞이,

#.
그래봤자
붉은 고추를 따서 말리고
다시 밭 갈아
김장을 심고· · ·

#.
어차피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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