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미망(迷妄)의 미망(未亡)

햇꿈둥지 2024. 8. 30. 03:44

 

#.
아침 운동길이 서늘하다.
지독했던 여름의 절명,

#.
사람 적은 마을 안
곤비했던 한 생을 마감한 이가 있었다.

#.
몸을 땅에 묻고
한 생애 공과 과는 남은 이들의 기억에 묻고,

#. 
기어이 옆댕이 공간을 만들어 가묘를 짓고는
미망의 자리,
라고 하였다.

#.
절반의 순장,

#.
위로 인사차 맞잡은
남은 이의 거친 손마디들이
촉수처럼 내 몸에 감겨 들어
슬펐다.

#.
그리고 눈 수술,
오십 년 넘는 세월 동안
내 몸의 한 부분으로 붙어살던
앵경이 떨어져 나갔다.

#.
콧등부터 시원하다.

#.
아프지 않았느냐? 는 1학년의 전화,
젊은 의사가 처방 보다
훨씬 더 약발 있는 진통제가 되었다.

#.
낮달이 되어 떠도는
손톱 끝 만큼의 반달,

#.
내 생애 서른 하루의 시간들이
낙태되어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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