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본질 묵상

햇꿈둥지 2010. 5. 3. 11:58

 

 

 

 

#.

치악 뜨락 어수선한 밭에

4월 마지막날의 서리로 오이가 얼어 죽었다는 소문이 돈 뒤,

꽃그늘 호사는 기약 없고...

 

#.

서울로 와서

생일을 챙겨 주어야 한다는 딸놈의 어거지...

 

1차에 이어 2차를 더한 뒤

세탁비며 장보기 비용 까지를 알뜰하게 뜯어 낸 놈

 

역시

서울은 무서운 곳이다

 

#.

미로 같은 골목 속에 지하군 처럼 숨어든 아이들은

이름만 기름진 함부로의 음식을 끌어 안고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사람 대접에 참 무례한 도시...

 

취하지 않는 술을 독약처럼 부어 대고 있었다

 

#.

늘 그랬듯이 귀가가 아닌 탈출,

어떻게 이렇게 온 도시를

콘크리트 건물로만 빼곡히 채울 수 있을까?

 

#.

기어이 양복과 넥타이를 풀어 던진 뒤에 숨통이 트였다

작업복을,

아니다 이 산골에서만 통용되는 정장 차림이 된 뒤

몇개의 묘종을 심기 위해 땅을 파 헤집으며

비로소

본질에 대한 믿음을 확신한다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피거나 꽃 지거나...  (0) 2010.05.16
봄볕 거둠  (0) 2010.05.06
제기럴~  (0) 2010.04.28
봄날은 간다  (0) 2010.04.26
녹음방초를 깨우치다  (0) 2010.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