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악 뜨락 어수선한 밭에
4월 마지막날의 서리로 오이가 얼어 죽었다는 소문이 돈 뒤,
꽃그늘 호사는 기약 없고...
#.
서울로 와서
생일을 챙겨 주어야 한다는 딸놈의 어거지...
1차에 이어 2차를 더한 뒤
세탁비며 장보기 비용 까지를 알뜰하게 뜯어 낸 놈
역시
서울은 무서운 곳이다
#.
미로 같은 골목 속에 지하군 처럼 숨어든 아이들은
이름만 기름진 함부로의 음식을 끌어 안고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사람 대접에 참 무례한 도시...
취하지 않는 술을 독약처럼 부어 대고 있었다
#.
늘 그랬듯이 귀가가 아닌 탈출,
어떻게 이렇게 온 도시를
콘크리트 건물로만 빼곡히 채울 수 있을까?
#.
기어이 양복과 넥타이를 풀어 던진 뒤에 숨통이 트였다
작업복을,
아니다 이 산골에서만 통용되는 정장 차림이 된 뒤
몇개의 묘종을 심기 위해 땅을 파 헤집으며
비로소
본질에 대한 믿음을 확신한다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피거나 꽃 지거나... (0) | 2010.05.16 |
---|---|
봄볕 거둠 (0) | 2010.05.06 |
제기럴~ (0) | 2010.04.28 |
봄날은 간다 (0) | 2010.04.26 |
녹음방초를 깨우치다 (0) | 2010.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