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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볔 시장에는
여린 밝음만큼이나 여린 순들이 고운 치장을 마치고도 가지런 했다
연로하신 몸으로 거친 산길을 더듬어 마련 되었을 먹을거리들...
"얼마..."의 여쭘조차 무례하여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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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장에 사간 오이모가 몽땅 얼어 죽었다"는 엄살 섞은 소리에
"올 봄에 실패 본 사람이 한둘이래유?..."
서리보다 날카로운 방패를 든 아주매는 첫번째 가격 꼬리를 뭉떵 잘라 버린 뒤 봉지에 담아 주었다
"또 얼면 어쩌지?..."말도 안되는 소리에
"냉장고에만 심지 말라..."는 고수의 충고를 담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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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끄만 씨알 하나가 물과 햇빛을 머금어
꼬물꼬물 새싹의 뿌리를 만들고
그 여린 뿌리가 떡잎을 만든 뒤 다시 그 떡잎이 본잎을 만들고...
자연 속에는 "대번"도 "한방"도 없다.
오로지 내것을 탐해 조급증에 동동걸음인 사람들
본 받을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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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이 피었다
날짜 무시하고 함부로 내리던 서리며
아침엔 얼어 죽을듯 하고 한낮엔 쪄 죽을 것 같은 이상야릇한 날씨 속에
아무렇게나
제멋대로
피는지 지는지...
각자 알아서 살아내야 하는 헝클어진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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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부랄꽃
또는 복주머니난 이라고 한다
이든 저든
사람의 시선과 기준에 의한 이름 지음은 횡포라고 느껴지는 첫번째 꽃
"꽃" 마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