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락에 마가렡 흐드러지던 토요일 아침, 미루어 두었던 이일 저일들을
아직은 순하고 연한 햇살 아래서 종종 거리다가
먼 길을 나섰다
나날이 깊어지는 도시 기피증 탓에
이번 일을 다음으로 미루거나
두번의 일을 한번으로 묶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던 중,
오랜 숙원 사업 해결로 드디어 갤러리가 오픈 되었다는 소호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으나
그 마져도
뭉기적의 게으름 속에서 주변의 모임을 하나로 묶어 낸 끝에 길을 나섰다
온통
먹고
놀자...일색인 축령산 자락 아침고요수목원 오름 길가에
근 10여년 칩거를 끝내신채 문화적 공간을 만들어 내시다...
깊은 마음으로 축하...
그리고...
하룻밤의 도시 음주 경연대회를 마무리 하고 집에 들어서서는
운전 내내 하품 섞어 쏟아지던 피곤함을 잠시의 낮잠으로 털어낸 뒤
이제 그만 감자 밭고랑에 치솟는 풀들을 억제용 비닐로 평정 하리라...일어 섰는데
창밖의 소요,
거친 바람을 앞장 세운 뇌우가 뜨락을 점령해 버렸다
그렇거니 아내와 함께 그 빗속에 비짓땀을 흘려가며 열심인 중에
이 무슨 Coooooool~ 한 은총이신지
난데없이 우박알갱이가 잔뜩 섞인 냉채형 비를 퍼 부우시는지라
뼈 시린 시원함 뒤에
배추가 우박 소사에 아작나고
연하게 곁가지를 세우던 고추는 몽땅 목이 잘리고
감자
소채는 물론
이런 저런 과수 할 것 없이 묵사발이 된 바,
영인이네 집에서도
창렬이네 집에서도
한솔이 할아바이도
인창이 할마이도
저 아래 순규 형님 내외까지
신발 있는 사람들 온통 밭으로 뛰어 나와
남녀 구분 없이
노소 따질 것 없이
"아이고 내 꼬추~"를 외치며 절규 했으니 이 무슨 희대미시의 마을 단위 시츄에이션인지...
하느님
그리하여 강원도 산꼴짜구니 소토골 농사는
말짱 황 되거나
깡그리 조졌음을 삼가 아뢰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