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쯤
비리비리로 일관하던 매화나무가 꽃망울을 매달았다
기특한지고...
매실 달리기 전에
꽃잎 따서 술잔에 띄우리라
#.
지난해 손질이 되지 않아 얼키고 설킨 푸새를 모아 태워야 하는데
"산불감시" 완장을 두른 김씨 영감님의 번뜩이는 눈길이
마을 모두의 상공을 지대공 미사일기지의 레이더 처럼 희번뜩 노리고 있다
미명의 새볔,
윗밭에 올라 불장난,
쌓아 놓고 속 태우는 것 보다야 나을테니
#.
원주장을 둘러 보다가
기어이 묘종 가게 앞을 지나치지 못해
이것 저것을 봉투에 담는 아내 곁에서
"이제 더 이상 심을 밭뙈기도 없는데..."라는 푸념을 들은 아줌씨
"심을 밭뙈기 읎으믄 등때기에 심으래유~"
절대 고수가 널리고 쌔인 강호
#.
결국
산마늘을 옮겨 심어 빈터가 되어 버린 30평쯤의 묵은 밭을 일궈야 했다
흙반 돌반의 밭은 툭하면 관리기 날을 튕겨내기 일쑤여서
그 반동의 충격은 어깨 허리 팔뚝지에 허벅지 까지를 포함한 온몸에
깊은 통증으로 뿌리 내림으로써
#.
저녘 밥상 앞에 반쯤 기다시피 앉아 마신 쐬주 몇잔에 혼절하고 말았다
녹음방초?
푸르른 봄날
방에서 마신 술로 초죽음이 되는 것?
줄여서
"녹초"라고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