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즐거워야 한다

햇꿈둥지 2010. 4. 6. 22:02

 

 

 

 

 

 

#.

드디어 봄이 왔다.

 

인색하리만치 찬바람의 한끝을 놓지 않고 징그럽게 버티던 산골짜기 날 세웠던 날들이

털썩,

주저 앉아 버리고 그 자리마다 왼갖 푸른 싹들이 치솟아 오르더니

한나절 밭일 끝에는 찬물을 뒤집어 쓰고 싶을 정도로 더운 열기가 온 몸을 감았었다.

에어컨 아니면 히터...

그토록 기다렸던 봄은 허깨비의 몸으로 다가와서

끌어 안고 무릎 맞대일새 없이 여름 속으로 스러질게다

 

#.

명색이 리어카인데 지게질 찜쪄 먹는 효과가 있어야 하는 거라고

퇴비 아홉 포대 싣고 밭을 올라 설 참인데

앞에서 x빠지게 끌어대는 마당쇠 꼴이나 뒤에서 x나게 밀어대는 마누라나...

이러다가 마누라랑 성별의 위치가 바뀔 것 같은 위기감...

혓바닥 빼어 물고 용을 쓸 뿐,

우라질놈의 리어카 바퀴는 미동도 하지 않으므로써 다시 털썩...

 

역쉬

지게는 좋은거시여~

 

#.

양띠인 나는 좋아 죽겠지요

 

민들레 겉절이로 무쳐 놓고 된장 풀어 냉이국 끓여 놓았는데

뜨락엔 쑥들이 환장하게 치솟지요

뒷곁 그늘진 터에는 참나물 예쁜 손 송글송글 솟아나오고 뒷밭에 산마늘은 그 잎이

또 얼마나 소담한지요

지경이 이러하니

무쳐 놓고 삶아 놓고 쌈 싸 먹는 그야말로 "풀코스 정식"이 날마다 때마다 이니

그저

푸르고 연한 밥상 앞에서 염소 웃음이나 홀~ 홀~ 홀~ 날리면서 좋아 죽겠지요

 

이런 밥상에 술 한잔쯤이 무어 그리 사치가 될라구요...

 

#.

이렇게 환장하게 좋아 죽겠다는 산꼴짜기 밥상 머리 테레비젼은

몸에 좋다는 왼갖 것들을 기름진 화면으로 뒤집었다 엎었다를 반복하며

쥐랄용천을 하고 있는데...

 

무개념 이거나

물유본말을 목 조르는 억지들...

 

저 아래 윤기 흐르는 문명의 대부분은 몽땅 거품이지, 그렇지, 내말 맞지...의

술 주정을 반넘어 섞은 똥고집 한켠에서 

"그만 거품 물고 밥이나 먹으라고..."

거품 물지 않은 냉정한 마누래의 지엄하신 말씀...

 

#.

다시 궁리 하기를

이번 주말 휴일에는 기어이 관리기 부착용 트레일러를 만들어 보리라.

자르고 뚜드리고 용접질 해대는 쥐랄발광의 언저리에서

"그 시간에 일을 했으면 벌써 끝나고도 남았으리라"는 아내의 야유가 이미 귓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음을 알지만 그러나 또 어쩌랴

 

일은 일이되

내 스스로 즐거워야 함을...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녹음방초를 깨우치다  (0) 2010.04.19
막가이버  (0) 2010.04.11
봄을 경작한다  (0) 2010.04.05
난산의 봄  (0) 2010.03.29
봄 마중  (0) 2010.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