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어야 할 경우라면 최소한 어디 기대기라도 하거나
기대어 서 있다가도 아예 철푸덕 앉아 버려야 하거나
더더구나는 길게 누워야 온 몸이 편해지는 나는
아무래도 불완전 하다
그리하여
수평(水平)은 수직(垂直)보다 숭고하다
산 속에 들어 위갈추목(韋褐芻牧) 사는 날들이건만
매일이 매일
그놈이 그놈
이것이 그것, 그것이 여전히 이것인 일상이 지겨워
귀떨어진 가구거니 옮기고 바꾸면 기분이 좀 나아질라나...
용을 써 가며 들고 끌고 디밀어야 하는데 딱 한뼘의 틈새가 부족하다
낳아져서
이름을 얻고
몸뚱이만 헛으로 부풀려 건들 건들 살아 온 날들
내 안에 한뼘의 틈새도 없이
남들 틈새에서 편리와 무난만을 기도하며 공으로 살아 왔구나
초록 틈새를 비집어
다시 사람의 틈새로 나서야 하는 아침,
오늘 만큼은
그들의 틈새를 신세진 만큼
내 안에 딱 한뼘의 틈새를 만들어 꽃향기 처럼 돌아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