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自遊를 꿈꾸다

햇꿈둥지 2007. 6. 27. 09:21

 

 

"여름 휴가는 언제 가십니까?"

 

벌써 휴가철 인가?

몇년째 별도로 휴가를 내 본 일이 없다

주말마다 잊지 않을 만큼 너도 나도 찾아 주니 그 틈새의 어울림 휴가로도 충분히 지칠만 하므로...

그러나

올해는 기어이 휴가를 갈 생각이다

 

집 에서 사무실 까지의 거리는 54킬로미터, 소요시간 50분,

근 네달 가량 새�마다 빠른 걷기를 했으니 그럭저럭 다리 근력이 붙어서 시속 4킬로 정도의 보행 속도는 한가로운 어정 걸음이 될 수 있을거야

대략의 계산으로 열네시간을 걸으면 집에 당도 할 수 있다는 계산,

요즘 들어 새� 세시부터 깨어 걷기를 했으니 세시에 걷기를 시작하면 그날 오후 다섯시 경이면 집에 도착 한다는 계산이 되지

다음 날 하루는 지치면 지친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앓아 버리기로 하고...

신발 세켤레를 각 각 발에 맞추어 길들여 놓았으니 새 신발로 발고생 할 일은 없을테고

간식 조금 배낭에 메고

헐렁 헐렁 바람처럼 걷는거야

 

그 동안 꼬맹이차 매연 뿜어 가며 회오리 처럼 돌아치던

길가 산이며 강들을 순례자의 발길로 일일이 밟아가며 이 생각 저 생각

새소리 물소리 다 들어 볼 참 이야 

 

언젠가 비 오는 날

바람처럼 섬강을 건너다가 머리는 봉두난발에

더부룩한 수염

한 동안 씻는 걸 잊고 산 듯한 얼굴

떨어지고 너덜거리는 옷

배낭도 보따리도 아닌 대충 꾸려 어깨에 메었을 뿐인 짐들...

그런데도 의외로 태평하고 고요한 표정의 한 사내를 보았어

그의 지치고 젖은 행색에서 왜 난 자유(自由)를 생각 했을까?

 

일상과 

관계와

아무 의무감에도 매이지 않은 

그리고도

몸에 조차 매인 것 없어 하염없이 비를 맞아도 그만인 그가 자유로워 보였어     

 

비가 내렸으면 좋겠어

내리는 비 온 몸으로 맞아가며 휘적 휘적 바람처럼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빈 몸, 빈 머리로 바람처럼 自遊하고 싶어...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 속으로 떠나다  (0) 2007.07.12
그대는 안녕 하신가?  (0) 2007.06.29
딱 한뼘의 틈새를 위하여  (0) 2007.06.22
출사(出寫)  (0) 2007.06.11
일탈  (0) 2007.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