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는 언제 가십니까?"
벌써 휴가철 인가?
몇년째 별도로 휴가를 내 본 일이 없다
주말마다 잊지 않을 만큼 너도 나도 찾아 주니 그 틈새의 어울림 휴가로도 충분히 지칠만 하므로...
그러나
올해는 기어이 휴가를 갈 생각이다
집 에서 사무실 까지의 거리는 54킬로미터, 소요시간 50분,
근 네달 가량 새�마다 빠른 걷기를 했으니 그럭저럭 다리 근력이 붙어서 시속 4킬로 정도의 보행 속도는 한가로운 어정 걸음이 될 수 있을거야
대략의 계산으로 열네시간을 걸으면 집에 당도 할 수 있다는 계산,
요즘 들어 새� 세시부터 깨어 걷기를 했으니 세시에 걷기를 시작하면 그날 오후 다섯시 경이면 집에 도착 한다는 계산이 되지
다음 날 하루는 지치면 지친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앓아 버리기로 하고...
신발 세켤레를 각 각 발에 맞추어 길들여 놓았으니 새 신발로 발고생 할 일은 없을테고
간식 조금 배낭에 메고
헐렁 헐렁 바람처럼 걷는거야
그 동안 꼬맹이차 매연 뿜어 가며 회오리 처럼 돌아치던
길가 산이며 강들을 순례자의 발길로 일일이 밟아가며 이 생각 저 생각
새소리 물소리 다 들어 볼 참 이야
언젠가 비 오는 날
바람처럼 섬강을 건너다가 머리는 봉두난발에
더부룩한 수염
한 동안 씻는 걸 잊고 산 듯한 얼굴
떨어지고 너덜거리는 옷
배낭도 보따리도 아닌 대충 꾸려 어깨에 메었을 뿐인 짐들...
그런데도 의외로 태평하고 고요한 표정의 한 사내를 보았어
그의 지치고 젖은 행색에서 왜 난 자유(自由)를 생각 했을까?
일상과
관계와
아무 의무감에도 매이지 않은
그리고도
몸에 조차 매인 것 없어 하염없이 비를 맞아도 그만인 그가 자유로워 보였어
비가 내렸으면 좋겠어
내리는 비 온 몸으로 맞아가며 휘적 휘적 바람처럼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빈 몸, 빈 머리로 바람처럼 自遊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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