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딱 한뼘의 틈새를 위하여

햇꿈둥지 2007. 6. 22. 15:12

 

 

 

 

서 있어야 할 경우라면 최소한 어디 기대기라도 하거나

기대어 서 있다가도 아예 철푸덕 앉아 버려야 하거나

더더구나는 길게 누워야 온 몸이 편해지는 나는

아무래도 불완전 하다

 

그리하여

수평(水平)은 수직(垂直)보다 숭고하다

 

산 속에 들어 위갈추목(韋褐芻牧) 사는 날들이건만

매일이 매일

그놈이 그놈

이것이 그것, 그것이 여전히 이것인 일상이 지겨워

귀떨어진 가구거니 옮기고 바꾸면 기분이 좀 나아질라나... 

용을 써 가며 들고 끌고 디밀어야 하는데 딱 한뼘의 틈새가 부족하다

 

낳아져서

이름을 얻고

몸뚱이만 헛으로 부풀려 건들 건들 살아 온 날들

내 안에 한뼘의 틈새도 없이

남들 틈새에서 편리와 무난만을 기도하며 공으로 살아 왔구나

 

초록 틈새를 비집어

다시 사람의 틈새로 나서야 하는 아침,

오늘 만큼은

그들의 틈새를 신세진 만큼

내 안에 딱 한뼘의 틈새를 만들어 꽃향기 처럼 돌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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