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고라니 깍두기

햇꿈둥지 2007. 7. 23. 10:56

 

 

 

 

내 눈빛보다 더 밝은 빛으로

밤을 밝힐 줄도 아는 별종들이

자꾸 자꾸

남의 터전을 갉아 먹어 들어 오더니

새순 돋는 날부터 알탱이 맨흙을 갈아 엎어 작디 작은 씨앗들을 다독 다독 묻었다고 치고

잎새 너르게 펴지던 날부터 뭔가 꼬물 꼬물 새순을 돋우더라

그 잎새 아래 별종들 장딴지 같은 무언가가 자라길래

밤 깊은 시간에 잠시 궁금한 맛을 보았을 뿐이야

 

이른 아침부터 그 밭이라는 곳을 둘러 보던 주인이란 별종이

고라니가 무우 밭을 결딴을 내 놨노라고 아주 울상 이더구만

그러니까 나는 고라니로 불리우는 것 같고

어젯밤에 잠시 먹어 본 몇개의 장딴지 같은 것은 별종들의 무우 였던게지

 

이런 사단을 겪은 함부로의 몰골로

장에 나가 돈이 되긴 글렀다고

울상의 종구씨가 한 포대 훨씬 넘어 보이는 무우를 마당 귀퉁이에 놓아 주었고

깍둑 깍둑 이놈들을 썰어

절이고 버무려 제법 맛이 들었다는데

밥 한술에 와삭 베어 물으니

입안으론 이슬 배인 고라니 콧김이 울컥 넘어들고

귓가에는 고놈들 맑은 목소리

애절하게도 들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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