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번개에 섞여 억수 장대비 내리는데
아이의 전화 속에서는 서울 하고도 종로라는 곳의 커피�, 푸르고 찰진 목소리들이 조롱 조롱 옮겨 왔다
서울 이라고
도시 라고
사람들 왁자하고
가로등 윤기나는 거리
무슨 도깨비 세상인지 이 늦은 시간에 서울을 떠나 산골로 들어 오겠단다
밤 열두시 오십팔분
대부분의 기차들이 거만하게 지나쳐 버리는 이 쪼끄만 시골역에 도시의 잠을 가득 실은 기차가 들어 서고
비는 여전히 억수 장대로 퍼 붓는데
빗 속에
청개구리 한마리 처럼
폴짝 폴짝 내 아이가 뛰어 오고 있었다
깜깜한 시골역에 단 한 사람만을 내려 놓은 기차는
느릿 느릿 빗 속으로 사라져 가고
그 아이 손 잡고 우산의 폭 만큼씩만 빗속을 걷는
모두들 잠든
아니 모두들 이 빗속에 옹크려 버린 절해 고도 같은 낯선 시간
가끔씩 망나니의 칼날 같은 번개의 섬광이 덩치 큰 뒷산 능선 뒤로 흐르기도 하는
그런데도 전혀 무섭지 않았던
헤벌쭉 낭만스럽기 까지 하던
억수 장대비 내리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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