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낭만에 대하여

햇꿈둥지 2007. 7. 12. 17:05

 

 

 

천둥 번개에 섞여 억수 장대비 내리는데

아이의 전화 속에서는 서울 하고도 종로라는 곳의 커피�, 푸르고 찰진 목소리들이 조롱 조롱 옮겨 왔다

서울 이라고

도시 라고

사람들 왁자하고

가로등 윤기나는 거리

무슨 도깨비 세상인지 이 늦은 시간에 서울을 떠나 산골로 들어 오겠단다

밤 열두시 오십팔분

대부분의 기차들이 거만하게 지나쳐 버리는 이 쪼끄만 시골역에 도시의 잠을 가득 실은 기차가 들어 서고

비는 여전히 억수 장대로 퍼 붓는데

빗 속에

청개구리 한마리 처럼

폴짝 폴짝 내 아이가 뛰어 오고 있었다

깜깜한 시골역에 단 한 사람만을 내려 놓은 기차는

느릿 느릿 빗 속으로 사라져 가고

그 아이 손 잡고 우산의 폭 만큼씩만 빗속을 걷는

모두들 잠든

아니 모두들 이 빗속에 옹크려 버린 절해 고도 같은 낯선 시간

가끔씩 망나니의 칼날 같은 번개의 섬광이 덩치 큰 뒷산 능선 뒤로 흐르기도 하는

그런데도 전혀 무섭지 않았던

헤벌쭉 낭만스럽기 까지 하던

 

억수 장대비 내리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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