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경고

햇꿈둥지 2005. 5. 27. 09:07

 

 

오늘 아침 내가 밭고랑 순시 중에 죽어 있는 뱀 한마리에 잠시 혼비백산 호들갑 떨며 빠꾸로 뛰다가 씨레빠 벗겨지며 자빠질 뻔 했던 걸
다행히 마누라는 밥 하느라고 보지 못 했지만
느그덜 멧돼지 덜은 산 속 어딘가에서 은밀하고 음흉한 뉘깔로 다 보며 낄낄 거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잠시 그 뱀의 죽음에 대해 유추해 보았다
본시 인간처럼 일상의 멍에가 있거나 정치적으로 집단화 되어 있어 정치 자금을 몰래 받음으로써 검찰 수사선에 걸려 들어 정신적 고뇌 끝에 자살을 했다고...보기에는 너무 뱀 답지 않고

도둑 고양이와의 치정에 얽힌 살인...아니 살뱀...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으며

올 봄에 잔돌까지 줏어내며 곱디 곱게 손질한 흙이니
기어가던 중에 땅바닥의 예리한 유리 조각에 의해 개복 되므로써 사망 했다고 보기에도 유추의 어려움은 같다

다만,
이 밭에 심겨진 작물이
작년에 느그덜이 아작을 낸 감자 밭이라는 점인데 아직 꽃도 피지 않은 상태이니 언감생심 미리부터 밭을 파헤쳐 감자를 먹었을리는 없고, 이것이 감자라는 걸 확인한 느그덜이
또 감자를 심은 우리 부부를 마음껏 비웃거나
그리하여 올 여름 또 다시 감자를 포식 하게 될 기쁨에 젖어 밤 사이 밭고랑을 어슬렁 거리다가 밤눈 어두운 뱀 한마리를 밟아 죽였다는 생각이...
뱀의 사인을 밝힘에 가장 그럴싸한 것으로 정리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느그덜의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낮추어 우리 주변을 어슬렁 거림에 비애감을 맛보게 하기 위해서 당초에 계획했던 고구마 2000포기를 심는건 포기 했으며
감자에도 치명적인 돼지 약을 뿌림으로써
쥐 들이 왜?
쥐 임에도 쥐약을 먹으면 죽게 되는지를 스스로 깨우치게 하려고 하고 있다

나는
저 아래 임씨 영감님 처럼 밭 둘레에 휀스(멧돼지~ 휀스라고 알어?)를 치는 수세적 수고로움을 행 하지 않을 것이며
아주 적극적으로 너희들이 좋아 하지 않는 작물만 심음 으로써 너희들의 낙심을 배가 시키는데 주력 할 것이다

주유소 개업 행사 때 쓰는 바람 풍선에 다가 무당네 집 안방 처럼 요란한 야광 뼁끼를 덕지로 칠해 G랄發光을 연출 하므로써 너희들 간담을 서늘케 할 것이다

오늘 결정 하기로는 아무래도 강원도 하면 찰옥수구를 포기 할수 없어서
맨 윗 밭에 이걸 심을 참인데 작년 느그덜 행패를 보면 내 입에 넘어 가기 전에 아작이 나도 열두번은 날게 불 보듯 뻔 해서

이렇게 하기로 결심 했다

우선
재직증명서를 열통쯤 발부 받아 비닐로 예쁘게 코팅해서 밭 가에 걸어 둘 것이다
느그덜 중에 아는 놈은 알겠지만
내가 이날껏 해 온 일이 물,불을 안 가리고 사는 일이었으니 그 찡을 보면 아는 놈은 알 것이고
오늘 이 후로 안경을 벗을 것 이다
눈치 있는 멧돼지면 벌써 이쯤에서 겁을 먹었을 거야

생각해 봐라
직업상 물,불을 안 가리는 넘이 안경을 벗었으니 뉘깔딱지에 뵈는 것도 없고
이제 승질만 조금 더 돋궈 가지구 느이덜 하구 마짱 뜰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면 되는거야

그리구 항간에 들리는 말에 의하면
느그덜 겁대가리 없이 덤벼 드는 꼴을 일컬어 "저돌'이라 하여
더러는 겁 먹는 사람들도 있으며
느그덜끼리는 그것에 대해 매우 만족해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까불지 말어라

"저돌"보다 더 무서운
"저격"이라는게 있음을 깨우쳐서 행동을 조신하게 할 일이다

하여튼
올 여름에 밭에서 내 눈에만 띄면 느그덜은 몽땅 뒤진건 줄 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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