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에 나무시장에서 사다 심은 가이즈키 향나무 입니다
아직도 제 모양을 갖추어 크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 할 것 같습니다
나무 욕심도 그렇거니와 의젓하게 품 벌려 자라면 한겨울 새들의 보금자리로도 그만이겠다 싶어 뜰 앞에 심었습니다
올 봄,
뒷 산에서 옮겨 심은 화살나무 입니다
이 녀석이 제법 나무다운 모양새를 갖출 때 쯤이면 호호백발이 되어 있을 것 같지요
집 오름 길 입구에 자리잡은 청단풍 입니다
두번의 이사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제법 의젓한 그늘을 거느려 가고 있습니다
역시 집 앞 오름 길의 마당 끝부분에 옮겨 심어진 엄나무 입니다
식구가 된지는 벌써 다섯해째이니 제법 가족의 반열에서는 고참 축에 속 하는 편 이지요
이 나라 속신의 하나 중에 이 녀석 처럼 모진 가시를 몸에 가진 나무는 집 입구에 심어져서
잡귀를 막거나 이런 저런 가정의 액운을 막아 준다는 믿음 때문에
고찰의 사천왕 같은 존재 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잎 부터 뿌리 까지를 한약재로 분류하는 또 다른 이유 때문에
닭 백숙을 좋아하는 이 집 주인의 식성에 맞추어 툭 하면 생가지를 잘리는 수난을 당 하기도 하지요
작년 늦은 가을에 스테파노에게 얻은 천도 복숭아 나무 입니다
지천이 초록임에도 아직 모양새가 이런 연유는
복숭아 농장 일을 갔던 스테파노가 농장 주인으로 부터 이 녀석을 얻어 차 안에서 몇일간 뿌리 말림의 고문을 했고
다시 저희 집으로 건네져서는 늦가을 햇살 속에서 몇일간의 땡볕 고문 끝에 심겨진 사정이 있어 올 봄 처음으로 독한 몸살을 치루어 낸 뒤에 가까스로 잎을 틔우고 있는 거지요
뒷 산에서 옮겨 심은 소나무 입니다
소나무는 옮겨 심어 살리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한문으로는 "松"을 쓰니 나무 중에 귀공자 라는 의미가 있을 법 합니다
상록의 특성 때문에 곧잘 절의의 대명사가 되기도 하지만
제 그늘 아래에는 어떤 다른 생명, 심지어는 저와 같은 소나무 조차도 자라지 못 하게 하니 성질로는 적지 않게 못 돼 먹은 편 입니다
한 겨울에도 푸른 잎들을 품 넓게 거느린 탓에 산골에 쏟아지는 눈을 몽땅 가지에 얹어야 하는 미련스러움,
그 미련스러움으로 속절없이 뚝 뚝 부러져 버리는 꼴을 보면서는 눈 깊고 겨울 깊은 날에는 같은 깊이의 아픔을 느끼게 하는 바보 나무 이기도 합니다
이 녀석들 아홉 그루가 삼년의 몸살을 끝내고는 이토록 탐스러운 송순을 키워 냈습니다
산목련 입니다
우리가 이곳에 터를 정 하기 전 부터 있던 나무이니 소토골에서는 터주의 위치에 있는 녀석 입니다. 묘 한 것은 이전에 이미 살던 사람이 있었음에도 우리와 만난 그 해 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 했다는 마을 어르신들의 밀씀 입니다
봄 날 잎이 나기 전에 온 가지마다 흰 꽃들을 피우는데 이게 만개 하면은 나무 전체가 흰 꽃등이 되고 그 아래 사는 진도 백구 장군이는 그야말로 꽃 그늘 아래서의 개팔자를 누리게 되는 거지요
장군이 녀석은 늠름하고 예쁜 외관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겁이 많은지 아무래도 이름을 "포졸"이로 바꿔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덟번의 복날들을 무사히 건넌 탓 때문인지 여름이 되어도 전혀 긴장하는 빛이 없는 뻔뻔스러운 녀석 입니다
개시키...니 짖는 소리만 들어도 나는 입맛이 화악~ 돈다...
역시 저어 앞 산에서 육년 전쯤 옮겨 심은 산사나무 입니다
터가 맘에 들지 않았었는지
아님,
무식하고도 용감한 주인의 전지 행위 때문 이었는지 매년 인색한 초록만으로 견뎌 내더니만
올 봄엔 탐스러운 흰꽃 만개 했기에 못된 주인인 저는 그 꽃 그늘 아래서 꽃잎 뜯어 술잔에 띄워 마시는 비행을 저질렀었습니다
아이들은 다 자라 먼 대처로 떠났건만
이 녀석들은 울울창창 푸르게 자라 자꾸 사랑 깊어지는 가족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초록 고와서
사랑 깊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