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청맹과니의 변

햇꿈둥지 2005. 5. 25. 11:43

 

치악산 소토골의 햇꿈둥지

 

 

소토골 소토산방 혹은 햇꿈둥지의 전경 입니다

 

2001년 5월에 상량을 마쳤노라 대들보에 써 넣긴 했습니다만

이 집은 아직도 진행중 입니다

이곳 저곳 저곳 이곳...에 온통 손질을 기다리거나 마무리 되지 않은 일감들이 널려 있습니다

 

일에 등 떠밀려

허겁지겁 숙제 해 내듯...이렇게 살아 왔기에

이젠 농뗑이...가 될 지라도 게을러 터지게 시골살이를 하자고 마음을 다지고 또 다지며 삽니다

 

삼년 넘게 집짓는 일에 매달려 살다 보니

참 많은걸 느끼고 배우게도 됩니다

사람의 살이든 뭇 생명의 살이든 모두 주어지는 자연 조건 속에서의 움직임이다 보니

삼월경 날 풀려 일을 시작 할 무렵이면 주변의 새들도 우리와 같이 일을 시작 합니다

우선은 목청 높이 울어 제껴서 상대를 유혹하고 푸른 하늘 가득 마음대로 날기를 하여 짝짓기가 이루어지면 그 앙증맞은 부리로 집을 짓습니다

 

사람인 내가

직선과 직각을 이용하여 집을 짓는 반면에 이 녀석들을 오로지 곡선으로 이루어지는 그래서 참 예쁜 집을 멋지게 지어내는 겁니다

자연속에는 없는 직선과 직각을 만들어내기 위해 온갖 기계와 도구를 사용하는 나는 자연을 헤집고 망가뜨리고 있었지요

 

산 새들이 자연속의 소재를 자기 힘만을 사용해서 재 활용하는 동안

나는

내 힘 이상의 것들을 이용해서 더 많은, 더 빠른 것을 구 했기 때문 입니다 

 

사람인 내가

그 지어진 집에 재산적 가치를 두어 쓸고 닦고 하는 동안 

새 들은

제 힘으로 낳아 키운 새끼들이 익어진 유월의 햇살만큼 날개 힘이 생겼을 때

아무 미련없이 그 집을 자연으로 돌려 주고는

포로롱~ 창공으로 떠나 버렸습니다

 

자연스럽지 못한 사람들은

자연 속으로 들어 와서는

자연을 보호 한다고 요란 법석 입니다

 

이 자연 속에서

유일하게

똥 싸고 밑 닦고 쓰레기 만들어 내며...

 

사람이 자연을 보호한다는 일은

어쩐지

젖 먹이 아이가 제 어미를 보호 하겠노라는 얼치기 흰소리로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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