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장 구경

햇꿈둥지 2005. 5. 22. 20:27

 

원주장(풍물시장) 잡화전 거리

 

 

오늘은 5일에 한번씩 열리는 원주 장날 입니다

시골장은

뭐 꼭 사야 할 것이 있어서 보다는 저기 사진에 보이는 어느 아저씨 처럼 그저 일 없이 뒷짐을 진채 어슬렁~ 둘러 보는 재미도 제법 쏠 쏠 합니다

 

산 많은 강원도의 장이니 예외 없이 산나물 이거나 이런저런 채소가 주축이 되어 버리지만

그래도

유행이 지난 시장표 패션의 싸구려 옷가지들 이거나

물 밖으로 나와서 죽었다기 보다는 얼어 죽었다는 생각이 훨씬 더 사실감 있도록 꽁 꽁 얼은 생선들,

"뻥 이요" 하는 소리에 무슨 거짓말을 하려는고??...헤벌레~ 둘러 보는 중에

원폭 투하에 맞먹는 굉음에 놀라기도 하고,

개떡 같은 발명품을 입에 침 튀겨 가며 떠드는 통에 그노무 물건이 이 장판을 떠나 이 시대에 가장 유용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자꾸 자꾸 주지하고 있는 공구 장사 아저씨,

한쪽 구석에서 늦은 점심 이거니 식은 국물 아랑곳 없이 맛있게도 오물 오물 음식을 들고 계신 할머니,

그 앞에는 이제 철 지난 두릅도, 돌미나리도 참 연하고 싱싱해 보입니다

 

오늘 저희 부부는

오후 쯤의 시간대와

파장 분위기를 부채질 할 것이 분명한 빗줄기를 사전에 계산해서 출동을 했지요

그렇게 출동을 해서 획득한 것 들은

 

역시 얼어 죽었음이 분명해 보이는 꽁치와 조기 새끼를 싼 가격에 넉넉한 량으로 샀고

촌스럽고 촌스럽게도

혜원이를 입힌다는 명제 아래 홈 드레스 스타일의 원피스 하나, 그리고 그 속에 받혀 입으면 환상의 코디가 연출 될 것 이라는 아내의 고집으로 티셔츠도 한장 사고

 

그러다가 결국엔

 

 


 

매발톱 꽃

 


 

물옥잠

 

위 사진 속에 있는 두 녀석을 만나게 되었지요

아주 예쁜 모습의 매발톱 꽃과

부레옥잠인지 물옥잠인지를... 아내와 아무 협의와 합의없이 선뜻 사자...이렇게 되어 버렸어요

물론

물옥잠의 자리 선정의 문제에서 깨진 항아리를 저 모양으로 마련해 주었으니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지만

어때요?

이제 우린 같은 가족인데...

 

아직도 산빛은 안개비에 촉촉하고

그 사이 사이

고양이 걸음으로 밀려 오는 어둠...

 

아내 손끝에서 홍어 한마리 새콤한 변신을 마쳤다기에

미쁜 마음에 홀짝 거린

소주 한병이 가슴을 데웁니다

 

혹시

이 밤에 제 누옥을 들리실 님들

 

오늘밤 꿈길엔 꽃비가 내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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