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촌스러움 예찬

햇꿈둥지 2005. 5. 23. 09:29

 

햇꿈둥지 입구의 벽면

 

 

차들이 미어 터지는 저 거리를 지나...또 지나고...

마징가 제트가 사는 곳인지

온통 사각의 아파트 숲을 지나 그 그늘도 지나고

신발은 있으되 보행의 기능이 퇴화한 사람들, 다시 차 안에 들어 앉아서도 여전히 미어 터지는

사람 같지 않은 거리를...또 지나도

여전히 보이는 아파트의 숲,

 

그 속에 갇혀 살아야 하는,

아니 정확하게는 살아내야 하는 내 오늘들이 너무 한심하고 답답해서

도망치듯 산 속으로 옮겨 들어 왔었다

 

캥거루 새끼처럼 품어 키워야 했던 아이들이 제 다릿심을 회복해서 또박 또박 다시 그 저잣거리로 떠나 버린 지금,

둘 만 남은 우리는 비로소 소소하고 호젓한 나만의 삶에 흥건히 취하기 보다는

도시에서 훨씬 더 잦은 빈도로 이어지는 사람의 일에 얽혀 그 먼길의 드나 듦을 일 삼고 있다

 

언제였는지

이젠 숙녀 티가 그럴싸한 딸아이 옷 한벌을 고르기 위해 도시의 한 백화점을 찾아

그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서야 비로소 거울을 보듯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이만큼 적당히 늘어진 몸매 이거나

그을고 긁힌 손과 팔

윤기나게 검었던 머리에는 흰머리 성성하고...

 

넥타이 단정하고 구석 구석 먼지 털어 반듯한 양복 차림으로는

일일이 손 대어 주무르고 쌓아야 하는 시골살이에 번잡함과 불편함도 그러려니와

이런 방식 자체가 의식화 되어 굳어 버렸으니

이쯤이면 남나름의 방식이 아닌 내 나름의 방식이며 이는 곧 철학 이라는 강변이 그럴싸 한 건데...

 

이 많은 도시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나는 이 시대의 퇴행성 인자의 하나 이거나 

옛날의 표현 방식 대로는 "촌놈" 쯤의 별종으로 분류되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다시 그들 도시 속에서 살아내고 있는 이들의 방식을 좇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본질의 문제...

 

나는 사람으로의 본래의 길을 가고 있음이기 때문이다

 

늦은 밤,

거리의 모든 차들이 서둘러 찾아 가고 있는 곳이 그들의 보금자리이며

그리하여

그들의 발길이 귀가 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속에서 나 또한 동동걸음을 친 것은 그들처럼 귀가를 위한 것이 아닌

그들의 거리

그 도시를 탈출하기 위한 것 이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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