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어떻게든 겨울나기,

햇꿈둥지 2021. 1. 24. 07:42

 

 

#.

며칠

변덕처럼 따듯했으므로

지붕에 쌓여있던 눈들이

낙수 져 흘렀다

 

#.

낙태된 겨울,

 

#.

허공이 조금 느슨해지고

산색은 제법 부드러워 보인다.

 

#.

불쑥 들어 선 마을 동무 손에

껍질 벗긴 옥수수 한봉다리가 들려 있었다.

 

#.

아득하게 배곯던 시절

구황의 연명식이었을 눈물겨운 음식들이

이 시절

별식으로 따듯하다.

 

#.

거기에 더 한

고구마 묵 까지,

 

#.

덕분에

온 몸이 포동하니

찌기는 순간

빼기는 영원한 게

몸무게 줄이기,

 

#.

아등바등

겨울의 추위와

코로나의 무료함을 떨쳐내기 위한 몸부림,

 

#.

아버지 제사였다.

아이들 발길을 모두 묶어 버린 채

늙어가는 형제 둘이

제수 준비하고 잔 부어 엎드렸다.

 

#.

제사가 이토록 단출해진 이유가

코로나 때문이란 걸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귀신같이 아실 것,

 

#.

아내가

헌 청바지를 이용하여 가방을 만들었다는데

어찌어찌한 연유로

주변 친구들과 딸과 며느리로 묶인 사람들 속에서

너도나도... 가 되어 버렸으므로

 

#.

너도나도

리폼의

개폼,

 

#.

청바지

늬덜은 이제 다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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