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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변덕처럼 따듯했으므로
지붕에 쌓여있던 눈들이
낙수 져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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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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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이 조금 느슨해지고
산색은 제법 부드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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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들어 선 마을 동무 손에
껍질 벗긴 옥수수 한봉다리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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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하게 배곯던 시절
구황의 연명식이었을 눈물겨운 음식들이
이 시절
별식으로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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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더 한
고구마 묵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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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온 몸이 포동하니
찌기는 순간
빼기는 영원한 게
몸무게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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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등바등
겨울의 추위와
코로나의 무료함을 떨쳐내기 위한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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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제사였다.
아이들 발길을 모두 묶어 버린 채
늙어가는 형제 둘이
제수 준비하고 잔 부어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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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가 이토록 단출해진 이유가
코로나 때문이란 걸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귀신같이 아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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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헌 청바지를 이용하여 가방을 만들었다는데
어찌어찌한 연유로
주변 친구들과 딸과 며느리로 묶인 사람들 속에서
너도나도... 가 되어 버렸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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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리폼의
개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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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늬덜은 이제 다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