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삭풍당당

햇꿈둥지 2021. 1. 8. 12:44

 

 

 

#.

이미 여섯 달 전에

진료 예약을 했었고 그날이 어제

 

#.

달빛 치렁한 시간에 창밖을 보니

 

#.

이었다.

그것도

발목이 묻히도록 퍼부어진,

 

#.

새벽 다섯 시쯤의 어둠 속에서

차가 내려갈 수 있도록

눈과 함께 달빛을 대충 쓸었다.

 

#.

눈 위의 달빛은 낭만이었고

달빛 위의 눈은 낙망이었다.

 

#.

추운 눈 위에

삭풍조차 당당하니

사위에

살을 에는 추위만 만건곤한 산골,

 

#.

어깨가 결리도록 긴장한 채

눈길 운전 두 시간여 만에 도착한 도시의 거리거리는

온통

눈 

 

#.

바람보다 빠르게 거리를 달리던 차들은

아주 공손한 걸음으로 떠밀려다니고 있어서

 

#.

그토록

신봉해 마지않던 우리의 문명은

처절하게도 눈 속에 침몰해 있었다

 

#.

차 앞유리에 붙어 불 켠 눈으로

앞길을 째려보며 경계하기로 애를 쓰던

영상기록장치가 고장이 났다.

이리저리 알아보고 찾아간 서비스센터 젊은 친구는

알쏭달쏭하고도 석연치 않은 설명 끝에

제법 비싼 제품으로 교체를 권 했으나

없으면 말지... 되돌아와서 인터넷 헤엄치기를 며칠,

아주 적은 돈으로 해결 할 수 있었다

 

#.

그리고의 생각 하나,

 

#.

기계는 진화하고

인성은 퇴화하는가?

 

#.

사람 넘치는 사람의 세상에서

체온조차 느낄 수 없으니

 

#.

외롭고

삭막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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