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몽니 추위,

햇꿈둥지 2021. 1. 29. 08:41

 

 

#.

급행 열차가 거만하게 지나가는 시골역

그나마도 폐선이 되어

기차보다 빠르게 바람만 몰려다니고 있었다.

 

#.

제사를 위한 도시 나들이와

간 밤의 불면을 책 읽기로 때운 억지와

다시 시작한 새벽 운동의 피곤들이 겹으로 쌓인 결과일 테지

 

#.

서실 동무 한 사람이

지쳐 보인다고 했다.

 

#.

체력도 기력도

급 저질화 하여

충전에 한 달

소진에 십분,

 

#.

낡아가는 몸뚱이

아껴 써야지 하다가도

일 앞에서는 자주 잊어버리고 만다.

 

#.

스스로를 마징가제트로 아는

철딱서니 빈혈 증세,

 

#.

일진광풍을 탑재한 눈보라가

허공 제비돌기로 한나절을 흔들더니

 

#.

섣달 열이레 달빛조차

난장의 바람속에 출렁이는 새벽,

 

#.

추위를 쫓는 부적 같은

입춘첩을 쓰던 날

추위가 또 다시 갈기를 세웠으니

겨울의 몽니다.

 

#.

버스 앞자리에 앉은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귀의 유용에 대해 잠시 생각한다.

 

#.

인간 창조 시에 이미

코로나 창궐을 예견하신 창조주께서

마스크 장착의 최적화를 염두에 두신

최고의 구성,

 

#.

해 바뀌고 

어느새 한 달이 비워졌다.

그 새

성질 급한 후배를 포함하여

세상을 떠난 이들이 셋,

 

#.

연기된 혼사는 있어도

연기한 죽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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