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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기다리는 성급한 마음이
이틀의 날들을 싹둑 베어 버린
팔삭둥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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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되었으니
이제
법쩍으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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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는
시린 눈 위에
달빛이 흥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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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도
여전한 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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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데서 보내 준
곶감 하나를 베어 먹다가
꼬르륵 잠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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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길에
재 넘은 호랑이가
창가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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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나들이를 마치고 들어선 마당가에
퇴비 포대가 수북이 쌓여 있으니
아지랑이처럼 몸 일으켜 밭으로 나가야 할 일인데
한사코 집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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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선비 책장 넘기듯
먼 빛으로 밭고랑을 건네다 보며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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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바다 갯바위에 사는 올빼미는
셋까지 밖에 세지 못해서
밤 새 물고기를 잡아 소복이 쌓아 놓고는
먼동 트는 아침에 세어보기를
하나. 둘. 셋... 많다...
또
하나. 둘. 셋...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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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나절을 보내는 올빼미처럼
밭고랑을 어지러이 맴돌며
하나. 둘. 셋...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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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뒷 산 복수초는
긴 겨울에도 안녕하셨는지
공손한 걸음으로 한 바퀴 둘러본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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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떠밀린 경작 본능에
불 댕기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