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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대학 다닐 때였는지
어찌어찌한 연유로
아이가 직접 차린
점심 한 끼를 얻어먹은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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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린 손으로 쪼물딱 차려 낸
제법 밥상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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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자가 음식을 만드는 일은
집안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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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건강은
주방 조리 시간의 길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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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관한 책임이
공장 굴뚝으로 옮겨져 버린 시대
인스턴트와 레토르트라는 이름으로
요란하게 진화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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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과 알맹이를 확신할 수 없이
포장만 뺀도롬한 식품들이 넘쳐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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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마다
볼이 미어터지는 먹방에 매달려서
이런저런 음식 전문가가 넘쳐남에도
여전히 신뢰를 상실한 미혹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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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 들어
진정한 마음으로 농사를 지어
온통의 자급은 아닐지라도
자족한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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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가난한 밥상 위 거친 음식들이거니
공손하게 차려
고마운 마음으로 먹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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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의 것들을 사기 전에
손수 해결을 위해 궁리하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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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르고 거두어
장이 되기까지의 산골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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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방 아랫목에
메주를 끌어안고 동거하기를 근 50여 일
내 몸 어딘가에도 누룩곰팡이가 필 것 같을 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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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활짝 열어
고단한 동거를 정리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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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뜨락이
제법 봄날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