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휴가 결산

햇꿈둥지 2010. 8. 10. 09:44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도시를 떠나 칩거하신 그분은 골짜기 고운 4만여평의 땅을 홀로 가꾸고 계셨다

산이 산 위에 올라서고

다시 산이 산을 품었으니 굳이 그 산 이름을 알아 무엇하리...

 

네비게이션에 의지하여 숱한 고개를 넘고 맑은 개울을 건너 건너...가다가...

기진한 햇살 아래 투명한 웃음을 쏟아내는 아이들 가득한 초등학교 앞에서

꼬맹이 차가 덜커덕 숨을 놓아 버렸다...우라질...

촌 동네 렉커차에 멱살 잡혀 찾아간 카센터 총각이 앞선 손님들 무시해 가며 진땀을 흘리는 사이

아내와 둘이 임계 장 구경에 나섰다

 

차를 고치는 일이야 이제 내 몫이 아니니 이 상황 조차도 휴가의 한 부분...

 

텐트를 치고 밥을 짓고 뒷 정리를 하는 모두의 일은 남자들 몫이 되었고 가사의 짐을 집어 던진 마누라님들의

호쾌명랑한 웃음 속에서 일정의 대부분은 휴가로 보다는 징벌의 의미로 느껴졌으니

지금 이 순간 가장 휴가가 필요한 사람은

지금 막 휴가를 마친 사람들...이라는 말씀,

진리 중의 진리로다  

 

 

 

이상한 휴가 일정이 월요일 하루를 물고 늘어지는 통에 아내 없는 아침나절

감자를 캐낸 뒤에 다시 묵정밭으로 버려졌던 윗 밭을 관리기로 갈았고 등줄기로 골져 흐르던 땀이

옷을 쥐어 짜면 줄줄 흐르도록 더운 날

산중에 사람 있을턱 없으니 홀라당 패션으로 목욕을 하는 사이...

 

이게 웬일?

개들의 요란한 짖음 속에 낯선 차 한대가 올라 오시는지라 황급히 집안으로 피신,대충 옷매무새를 수습 했는데...

지나는 길에 집구경차 오르셨다는 이양반, 난감하기 이를데 없어

집주인은 휴가를 떠나고 나는 그저 일 맡아 잠시 온 사람 이라는 무례한 대답으로 난감 지경을 모면했다 

 

 

 

 

 

손가락 수 로는 어림이 되지 않아 발가락 까지 동원해야 했던 아내는

언니 

동생

조카... 등 등 등

오지랖을 한껏 펼쳐 무려 1.000의 숫자에 육박하는 배추 묘종을 싹 틔웠다

 

 

 

입추가 지났다

법적으로는 가을 이라는 얘기,

 

더운 해가 서산을 넘고 산그림자 길게 누우면 산골 뜨락에선 풀벌레들이 울기 시작했다

이제 모든 꽃들이 열매로 변해 익고 익어 갈 계절...

 

더위 조차도 감사한 일이었음을 별빛 아래서 깨우친다.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 길 건너기  (0) 2010.09.12
모든게 기적  (0) 2010.09.03
장마 고투  (0) 2010.07.19
초록에 묻히다  (0) 2010.07.13
손님처럼, 가족 처럼  (0) 201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