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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째인지
주말마다 비가 내림으로써
대부분의 주말 시간조차 속절없이 빗속에 갇혀 버려서
온 밭이 잡초 화려강산,
고추밭 고랑에는 고추를 능가하는 풀들이 치솟아
청려장을 삼고도 남을 만큼 우람한 명아주들...
치악의 척추를 넘나들며 쉬다가 내리다가를 반복하는 빗속에
이틀간의 밥값 정산을 하겠노라고 전기예초기로 밭고랑 잡초를 평정,
게으른 놈이 비 오는 날 일 한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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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도 견디기 어려운 판에 후텁지근...까지...
하루 낮 동안 세번의 물장난,
좋아 죽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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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자두 몇개를 욕심 낸 결과로 성질 고약한 자두 수호 벌레에 쐬인건지?
팔뚝 한 곳에 발진과 함께 따끔거림의 간헐적 예통,
도대체 시골살이 꽁짜가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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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렁주렁 실하게 매달린 오이들이 손길 뜸한 빗속에 노각이 되어 버렸다
양푼 가득 부실한 양념에 노각을 저며 넣고는 썩 썩 비벼 볼이 미어지게 먹다가
낙숫물 내리는 추녀 안에 잠 들어도 좋을뿐인 우리는
나날이 욕망의 탑을 쌓아야 하는 저 아래 세상의 잣대에 얼만큼의 길이로 가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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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의 비로
초록 물길이 기운차서 골마다 넉넉하고 시원하다.
휴가철...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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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빗속에서도 언제나 명랑하고 성실하게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노자보다 먼저 알고 있었던건 아닐까?
그까짓
"진종일 내리는 소나기는 없다"는 것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