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모든게 기적

햇꿈둥지 2010. 9. 3. 14:45

 

 

 

 

 

 

 

 

#.

태풍이 올라 온다고 티븨는 날마다 시간마다 요란법석이고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라"는 얘기가 반복 될 때마다

나는 국가에 의해 보호되기 보다는 알아서 살아내고 만약 뭣이 잘못되어 누깔이 튀어 나오거나 팔다리가 부러졌을 때는 그토록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는 국가적 주의를 소홀히 한 책임을 져야 하는건지도 모르겠다는 불안이 태풍보다 먼저 엄습해 왔다.

 

나날이

비보호 유턴~ 

 

#.

결국

도회의 가로수가 뽑히고 그 뽑힌 가로수가 고급 승용차를 베개 삼아 누워 버리고 술 취해 대가리 처박고 오줌을 깔기던 벽돌 담장이 사람과 집과 차량 위에 덮쳐진채 눕고...

 

그러게 내가 뭐라든가

각별히 주의 하라니까...몽땅 늬덜 책임인가 알지???

 

#.

InfraStructure,

도시와 산업과 사회와 국가가 저 정도의 멋진 세계적 수사에 의해 철옹성 처럼 견고하고 그리하여 믿고 믿고 또 믿어 그것들의 총합에 의해 이 시대의 문화와 문명의 탑이 유지 되어지는 건 줄 알았다

"곳곳의 사고와 피해를 수반한 태풍 곤파스의 흔적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 할 수 없습니다"...그 뒤에 꼭 들었으면 좋았을 한마디...

이 시대에 우리가 주장하는 문명이란 사실 개뿔도 아닙니다

사람에게는 재난과 재해 이지만 자연의 입장에서는 복구 입니다...라고... 

 

각자 알아서 살아내야 하는 세상

살아 있는 모두에게 오늘은 기적이다.

 

#.

태풍이 저 북쪽 마을 어디에선가 열대성고기압으로 온순해졌다는 늦은 밤,

반딪불이 두녀석 토담의 창가에 매달려 집안을 기웃거리고 있었고

 

#.

또 비

험한 비가 내린 뒤에도 무지개는 뜨지 않았으므로 하느님은 아무 약속도 하지 않으셨고

뽀송 이란 느낌을 잃은 대신 질척이란 상황에 길들여진 계절

고추는 어쩌라고 저리도 붉어지는지...

 

#.

비와 바람이 여전이 반반씩인 흐리고 헝클어진 하늘

 

다시

산속 험한 현장으로 들어가야 하는 스테파노와 소주와 맥주를 반반씩 섞어 헝클어지도록 술을 마셨다.

 

홀아비인 그의 친구와 

어쩐지 내숭쟁이 같아 보이는 동창 친구와 마주 앉아

거북이 등때기에 부항 뜨는 소리로 희희덕 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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