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초록비

햇꿈둥지 2006. 5. 23. 08:09

 

맑고 고운 비로 치장을 마친 백운이

새볔잠을 털고

성큼 뜨락을 오른다

 

새소리 낭낭한 중에

아침 공기는 아름답다

 

지천이 초록

새볔 이슬에 옷깃을 적셔 가며 마당가 풀을 뽑다가 젖은 소매를 터니

초록 물이 흐른다

 

 

이제 제자리를 잡아

꽃을 피우고도 잎 너르게 품 벌린 층층나무

올 여름엔 뙤약볕이 아무리 뜨거워도

그늘에 목마를 일이 없겠다

 

집 뒤 참나물 밭이 무성하다

꼭 어느만큼 으로 계량 할 것 없이 손에 잡히는대로 뚝 뚝 꺾어

이슬 묻은 채로 밥상에 얹어 놓고 나면

참나물로 보다는

이슬 한모금 목젖을 넘는듯해 행복하다

 

治圃道樂...

 

허긴

이 정도 증세로야 도락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싹 틔워 꽃 피우고

낙하산 병정 같은 홀씨를 허공에 날린 뒤에 남은

민들레 꽃 받침

 

이제 할 일 다 마치고 햇볕에 고개 숙여 시들어 가다가

밤새의 수혈로 잠시 허리를 세웠다

 

주린 속으로 자식을 낳아 키우고도

당신 속을 있는대로 다 퍼 주고는

그 무거운 세월 등에 지고

견디다

견디다

어느 날 홀연히 떠나신 내 어머니 생애 같아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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