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고운 비로 치장을 마친 백운이
새볔잠을 털고
성큼 뜨락을 오른다
새소리 낭낭한 중에
아침 공기는 아름답다
지천이 초록
새볔 이슬에 옷깃을 적셔 가며 마당가 풀을 뽑다가 젖은 소매를 터니
뚝
뚝
초록 물이 흐른다
이제 제자리를 잡아
꽃을 피우고도 잎 너르게 품 벌린 층층나무
올 여름엔 뙤약볕이 아무리 뜨거워도
그늘에 목마를 일이 없겠다
집 뒤 참나물 밭이 무성하다
꼭 어느만큼 으로 계량 할 것 없이 손에 잡히는대로 뚝 뚝 꺾어
이슬 묻은 채로 밥상에 얹어 놓고 나면
참나물로 보다는
이슬 한모금 목젖을 넘는듯해 행복하다
治圃道樂...
허긴
이 정도 증세로야 도락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싹 틔워 꽃 피우고
낙하산 병정 같은 홀씨를 허공에 날린 뒤에 남은
민들레 꽃 받침
이제 할 일 다 마치고 햇볕에 고개 숙여 시들어 가다가
밤새의 수혈로 잠시 허리를 세웠다
주린 속으로 자식을 낳아 키우고도
당신 속을 있는대로 다 퍼 주고는
그 무거운 세월 등에 지고
견디다
견디다
어느 날 홀연히 떠나신 내 어머니 생애 같아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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