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첩첩 향기,

햇꿈둥지 2021. 5. 17. 09:50

 

 

#.

남도 천리 길,

손주의 결혼식이었다.

 

#.

손위 동서 딸의 큰 아이

어쨌든

손주 며느리를 보는 혼례였다.

 

#.

즤 엄마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결혼했고

즤 엄마 닮은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기 바쁘게 하는 결혼,

 

#.

기왕의 일,

앞과 뒤로 피곤 풀이 시간을 잡아 

2박 3일의 일정이 되었다.

 

#.

죽녹원과

마스크 쓴 사람들이 제법 많다 싶은 

이곳저곳을 넉넉한 걸음으로 둘러보는 일,

 

#.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곳에서

반값 이거나 공짜가 되어 버린 나이,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거다.

 

#.

잠시

5월의 노래가 바람처럼 흐느적거리는

슬픈 계단에 앉아 있었다.

 

#.

망연한 역사

치유되지 않을 상처,

 

#.

비 오시는 

새벽의 메타세쿼이아 길을

바짓가랑이가 다 젖도록 걸었다.

 

#.

메타세쿼이아의 꽃말이

아미타불이라 하니

저 멀리 보이는 소실점의 끝에 이르면

아픈 마음 모두 내려 놓고

정토에 들 수 있으려는지···

 

#.

다시 

먼 길을 되돌아 들어 선

강원도 산 꼬댕이의 누옥은

눅눅한 오월의 날들과

첩첩의 초록 속에

가만히 엎드려

향기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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