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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끝에 초록 바람이 불고
제법 칼칼한 아침 공기,
뭔 오월이 이 모양이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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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새를 비집고 들어 온 햇살이
투명하게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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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뒷짐 지은채 뒷 산에 들어
딱
한 옹큼쯤의 고사리를 꺾어 나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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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대단한 부지런 이라야지
조금 늦다 싶으면 앞서 다녀간 이의 발자국 따라
고사리 꺾인 자리만 볼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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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 땅의 것임을 분명히 하여
팻말을 세워두라 하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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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할 것 없이 기대어 사는
품 너른 산
뭘 그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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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햇살로 살찌고 키 자란 고사리를
다시
오월의 햇살로 말려 거두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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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중에도
제법 어깨가 우쭐해지는
山中道樂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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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추운 날
조상님 제상에서 김 오르면
이승과 저승이 함께 나눌 성찬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