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오월 거둠,

햇꿈둥지 2021. 5. 30. 04:36

 

 

#.

비 끝에 초록 바람이 불고

제법 칼칼한 아침 공기,

뭔 오월이 이 모양이신지,

 

#.

커튼 새를 비집고 들어 온 햇살이

투명하게 따듯하다.

 

#.

비 온 뒤

뒷짐 지은채 뒷 산에 들어

한 옹큼쯤의 고사리를 꺾어 나오는 일,

 

#.

그것도

대단한 부지런 이라야지

조금 늦다 싶으면 앞서 다녀간 이의 발자국 따라

고사리 꺾인 자리만 볼 수 있을 뿐,

 

#.

누군가

내 땅의 것임을 분명히 하여

팻말을 세워두라 하였지만

 

#.

너 나 할 것 없이 기대어 사는

품 너른 산

뭘 그렇게까지,

 

#.

오월의 햇살로 살찌고 키 자란 고사리를

다시

오월의 햇살로 말려 거두는 일,

 

#.

적막한 중에도

제법 어깨가 우쭐해지는

山中道樂 이다.

 

#.

어느 추운 날

조상님 제상에서 김 오르면

이승과 저승이 함께 나눌 성찬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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