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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고
잎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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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꽃
버짐처럼 듬성하니
산속이 온통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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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실 글쓰기를 마치고
봄볕 아래
도시의 골목 걷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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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재개발
재개발하자고 봄바람 속에 플래카드의 헛된 구호들이 출렁널을 뛰는 골목
유기된 담벼락 아래의 노년과
비굴한 모습의 똥개 몇 마리와
반쯤 허물어진 초라한 집 안에
등불 같은 명자꽃 무더기
그 선연한 붉은빛이 울대에 걸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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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로 아파트,
도시라는 거
참 척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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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의 싹으로 시작할 때는
한삼덩굴의 어린순 마저 예뻤었는데
비 몇 번 오시고
넉넉한 볕 아래 몸집을 키우는 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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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의 날을 세우고
어깨에 힘을 모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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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서 만난 만신이 묻기를
내일 비 온대유?
나 애비무당이 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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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운동 길에
이제 폐선이 된 철길에서
레일의 부속쯤으로 보이는 쇠 도막 하나를 주워 왔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힘겹게 계곡을 달리던 기차의 거친 숨소리 들릴까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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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산
뒷 산
옆 산
조심스러운 사람의 기척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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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무꾼
봄 나물꾼
그리고도 약초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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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소식 없던 동무가
언제 어느 날 막내 아이가 결혼을 한다고 알려왔다.
또르륵 전화하여
막내 보내고 짐 다 덜을테니 홀가분하겠구나
땅꺼질 것 같은 한숨으로 대답 하기를
그 위에 늙으신 딸 두 마리 더 계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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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으면 난독과 오독이 되고
글을 쓰기로는 자주 오타를 낸다
블로그질의 내구연한이 도래한 것 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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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한번
정수기 관리하러 오는 이의 신발을 예쁘게 돌려놔 주었더니
나가던 발길 되돌려서는
고맙습니다... 공손한 인사 일 인분 내려놓고 돌아서는데
사람의 일
개떡도 아닌걸로
콧등 시큰하게 아름다워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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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됐다
애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