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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맘 때쯤이면
잊지않고 시작되는 꽃샘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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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바람불고 비 오다가 눈 오다가
우박으로 퍼 붓기도 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으로 햇빛도 나다가,
하느님 참 바쁘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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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햇볕 바른 자락에서는 조심조심
초록 생명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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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어갈 무렵에는
여전히 겨울과 내통 중인 시린 바람이 불고
3월은 창밖에서 어지럽게 출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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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녀 제 오시기 전에
봉두난발의 머리부터 다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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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넘어 옆댕이에
집 한 채 어리고 들어 와 사는이가 있어
길에서 첫인사 나눔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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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깊은 병이 있어 들어왔노라는
병색 깊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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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 또한 그러하니
이노무 골짜기는 장차
캔서 밸리가 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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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랑이 보다 먼저
허공으로 몸 일으킨 마늘 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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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쑥도 왕성하게 일어서고 있으니
마늘 더불어 한 짐 걸머지고
뒷산 동굴 속에 들어가 한백일 버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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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는 나락만
수천석 먹어치우고도
여전히 사람 꼴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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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또
고양이 발걸음으로 비가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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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가고
봄 오시는 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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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이 떠나던 날
봄은
반팔 차림으로 거리를 쏘다니고 있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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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겨울잠 중인
경운기 부터 깨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