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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시린 이슬 내리고
허공은 셀로판지처럼 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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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 내리고
나뭇잎이 떨어지고
온갓 것들이 떨어져 내리는
겸손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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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포 가득
허공을 담고
작은 계곡의 물소리를 담고
이제 막 떠 오르는 햇볕을 담고
세월을 담고도
그저 텅 빈 걸음으로 바람처럼 걸을 뿐인 새벽 운동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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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둘러 볼새 없이
겨울 준비에 등 떠밀려
나날이 동동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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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산 정수리가 어느새 헐렁해지고
고양이 걸음으로 산을 내려오던 단풍은
잠시
시골 누옥의 마당마저 채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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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은 화살촉 홑잎들이
태양빛보다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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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 형편 없이 자란 무 배추거니
알뜰히 거두어 김장을 하기로 한다.
처가 형제들이 우르르 모여
밤 깊도록 도란거릴 일이니
김치 맛 관계없이 행복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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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 옆에 땔감이 차곡하고
사람의 등이 사람으로 따듯할테니
입동이 되어
춥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