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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모서리가
어제보다 조금 더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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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바람결에도
팔랑
어깨 위로 쏟아져 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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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하늘의 별이 된 그니가
노을빛 가슴으로 또박또박 써 놓은
연서 같은 나뭇잎···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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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를 솎아 김치를 담그고
고구마 줄거리를 다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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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만 창대하고
고구마는 미약한 이런 농사
그렇거니
가을 햇살에 윤기 나는 줄거리를 아름 넘치게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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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 백번 손질을 해야
입에 넣을 수 있는 먹을거리가 되니
음식의 손맛이란
참 고단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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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만들어내는
어머니 맛과 겹쳐지는 음식들은
다만 음식으로만이 아니라
이승과 저승으로 나뉜 뒤에도 여전히 교감되는
영혼의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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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곤한 새벽잠을 깨우는
찌개 냄새 이거나
등 푸른 생명 한토막이 꼬숩게 익어가는 냄새 이거나
더러는
젓국 냄새로 전해지는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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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와
다시 엄마에게 이어지는
탯줄 같은 음식의 DNA가 분명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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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기의 화려함에 홀려
음식점 앞에 함부로 줄을 서는 일도
티비 속에 본디 없는 모양새로
아귀처럼 음식을 먹는 일도
마땅히 경계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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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시월,
하늘 한번 쳐다보고
옷 깃 한번 더 여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