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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덥던 여름은
어느 날 비 한 번에
후닥닥~
가을이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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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깊은 날에
요란한 뇌우가 내리더니만
기온은 곤두박질 하여
가을이되 겨울스러운 날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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듕국 변검술사의
휘리릭 한 바퀴에
가면이 바뀌고 색깔이 바뀌는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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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의 날도
완충의 시간도 사라져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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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빛으로 멀어져 가는 세월과
손 잡아 서운한 이별을 할 새 조차 없는
어수선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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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이
화들짝 피기까지
아직 순한 가을의 햇볕이 더 필요할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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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내리고
얼음이 얼지도 모른다는
서슬 퍼런 풍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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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산골은 지레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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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난로의 나무를 들여
공손하게 쌓아 놓고
누옥의 안팎을 둘러
온 여름내 열어 두었던
북풍의 길을 미리미리 막는 일로
종일토록 종종걸음 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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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어느 날 불쑥 점령군처럼 들이닥치는 겨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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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빛 능선 뒤 이거나
일찌감치 떨어져 누운 낙엽 뒤에
가만히 숨 죽여 있노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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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산 능선을 굴러내려 온
모서리 날카로운 바람의 귀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