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가을 별리,

햇꿈둥지 2024. 11. 12. 04:31

 

#.
아흔 일곱 생의 끝은
요양병원이었다.

#.
병원으로 떠나는 구급차에서
자꾸
영안의 그림자를 본다.

#.
마을에서 제일 먼저 불을 밝히던 할머니의 창은
어둠 속의 어둠,
다시
마을 안 빈집 하나로 남았을 뿐,

#.
하필이면 바람 불고 추워지는 계절에
손 흔들던 모두의 가슴에
찬바람 한줄기 서리서리 감겨든다.

#.
제 발아래 그늘을 지던 나뭇잎들이
작은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져
여름의 전설을 도란거릴 때
하늘은 맘껏 푸르고
맑은 허공 가득 추위만 빼곡했다.

#. 
그리하여 나날이
맘 놓고 된서리,

#.
뒷 산에 올라
누워 마른나무 한 짐을 져 내리는 일,

#.
숲 속 조차 삶과 죽음은
수직과 수평으로 구분되었다.
사람의 일 또한...

#.
잎도 가지도 없으니
나무 본디의 성품을 알 수 없는 일, 
어중 떼기 나무꾼 노릇의 결과로
팔과 목에 번진 옻 알레르기를 끌어안고
결국
작은 병원 행,

#.
주사와 
내복약과
연고의 처방에 얹어진
아내의 지청구 한 보따리

#.
내 그럴 줄 알았어~!

#.
사십년 넘어 함께 산 세월이
삐그덕
관절통을 앓는다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등가 사랑,  (17) 2024.12.01
달콤한 게으름,  (22) 2024.11.28
단풍 등고선,  (20) 2024.11.06
변검적 기후,  (15) 2024.10.19
안개 유영,  (23) 2024.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