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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일곱 생의 끝은
요양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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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으로 떠나는 구급차에서
자꾸
영안의 그림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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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제일 먼저 불을 밝히던 할머니의 창은
어둠 속의 어둠,
다시
마을 안 빈집 하나로 남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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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바람 불고 추워지는 계절에
손 흔들던 모두의 가슴에
찬바람 한줄기 서리서리 감겨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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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아래 그늘을 지던 나뭇잎들이
작은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져
여름의 전설을 도란거릴 때
하늘은 맘껏 푸르고
맑은 허공 가득 추위만 빼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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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나날이
맘 놓고 된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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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산에 올라
누워 마른나무 한 짐을 져 내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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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조차 삶과 죽음은
수직과 수평으로 구분되었다.
사람의 일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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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도 가지도 없으니
나무 본디의 성품을 알 수 없는 일,
어중 떼기 나무꾼 노릇의 결과로
팔과 목에 번진 옻 알레르기를 끌어안고
결국
작은 병원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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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와
내복약과
연고의 처방에 얹어진
아내의 지청구 한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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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럴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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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년 넘어 함께 산 세월이
삐그덕
관절통을 앓는다